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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 마지막 힘겨루기

입력
2007.03.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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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붉그락 푸르락 해져서 협상이 더 이상 안되면 잠시 쉽니다. 그러다가 진정하고 다시 말을 꺼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관급 회담 한국측 관계자가 전해준 협상장 분위기다. 협상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국의 마지막 힘겨루기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양국 협상단은 갈수록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입을 여는 경우가 드물어 지고 있다. 섬유협상을 담당하는 이재훈 산자부 2차관은 29일 “앞으로 한마디도 안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단언했다.

금융서비스 분과장으로 늘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대하던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도 말수가 부쩍 줄었다.

장관급 회담을 보좌하는 각 부처 실무진들은 직접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협상장이 있는 서울 하얏트 호텔에‘전략본부’를 차려놓고 자료를 검토하고 작성하느라 밤을 새고 있다.

일부 분과장들은 자동차, 농산물 등 민감한 부분에서 협상이 집중되는 사이 장시간 대기 상태인 경우도 있다. 한 관계자는 “쟁점이나 피해 상황, 얻는 것, 잃는 것 다 분석해 놓고 위에서 부르기만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밤 중에 협상이 끝나 호텔을 나설 때, 회의에 들어가 있을 때 수시로 호출을 받고 다시 불려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협상단 관계자들은 특히 기자들이 ‘결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 얼굴부터 굳고,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 머리 속에 타결과 결렬이 왔다갔다 한다”며 “하지만, 내용을 떠나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협상 막바지에 이르면서 호텔 주변의 경호는 날로 삼엄해지고 있다. 며칠 전 손님으로 가장한 한미FTA 반대 시위자가 두차례나 진입하려다 제지된 후부터다.

호텔로 들어가는 차량을 일일이 불러 세워 확인하는 상황이 반복돼 호텔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정도다.

협상장뿐만 아니라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경제 부처들도 불철주야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여는 등 협상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타결에 대비한 대책 마련과 영향 분석을 위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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