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T) 인프라가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 결과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가 나왔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지난 10년간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IT산업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부닥쳤다"며 생산혁신 측면에서 IT활용도가 미흡한 것 등을 원인으로 꼽은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WEF가 개인ㆍ정부ㆍ기업의 IT기술 발전도와 경쟁력을 종합평가해 최근 발표한 '2007 네트워크 준비지수(NRI)'에서 한국은 1년 전보다 다섯 단계 하락한 19위로 처졌다. 이 지수는 정부와 기업 등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에 IT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으로, 싱가포르(3위) 미국(7위) 대만(13위) 일본(14위) 등은 모두 우리를 앞섰다.
문제는 IT인프라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도 이를 운용하는 제도가 낙후돼 순위가 급락한 점이다. 기업의 인터넷 활용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 및 요금의 저렴함, 전자정부 준비도 등은 세계 1~5위권인 데 반해 정보통신시장 규제(23위), 조세 대상 및 효율성(71위), 창업절차의 복잡성(89위) 등은 낯 부끄러울 정도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이것이 경제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기술로만 보면 진작 이뤄졌어야 할 방송통신 융합이나 인터넷TV 서비스 등이 과도한 규제와 시대착오적 법제 때문에 수년째 지지부진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사정이 이러니 2000년 전후 40%로 올랐던 IT투자 비중(총고정자본 대비)이 지난 해 15%선까지 떨어져 미국(33.2) 등 경쟁국보다 뒤처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IT산업의 GDP기여도가 10%선이라고 하지만 생산ㆍ고용ㆍ소득 창출원으로서의 역할은 갈수록 위축되고 첨단 IT 부품 및 소재 산업의 취약성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IT강국이라는 한때의 명성에 도취해 '규제의 덫'에 빠진 줄도 모른다면 가마솥의 개구리 꼴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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