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담판의 핵심 이슈가 되면서 주요 농산물의 양보 수위에 대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박홍수 농림부 장관의 입장차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의견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한미FTA의 타결ㆍ결렬 여부, 혹은 다른 쟁점과 연계한 농산물의 희생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29일 “쇠고기 돼지고기 감자 오렌지 등 주요 농산물의 관세 철폐 시기를 10~20년 늦춰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의견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협상장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박 장관보다는 협상단 대표인 김 본부장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한미FTA 농업분야 고위급(차관보) 협상 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이 외교통상부 출신이다.
김 본부장과 교감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농산물 관련 협상과 관련, 김 본부장은 “쌀을 미국이 요구하면 결렬”이라는 발언 외에 한 적이 거의 없다.
민 차관보는 “나와 김 본부장의 의견은 완전히 일치한다”며 “주요 민감 품목은 반드시 지킨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농산물 분야 협상에서 김 본부장과 박 장관 중 누가 더 결정권이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박 장관은 한미FTA 협상 결과 농산물 분야의 희생이 한도를 넘을 경우 사퇴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20년 동안 소를 키운 축산 농민 출신으로 전국농민단체협의회 공동의장까지 지낸 그의 이력으로 볼 때 한미FTA 협상 양보는 고통이다.
한미FTA 협상에서 박 장관이 갖는 위치는 협상 구조상 ‘힘있는 부처와 힘없는 부처’의 함수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경제 효율성을 앞세워 정책이나 통상교섭을 주도할 때, 농림부 문화관광부 등 주무 부처는 어정쩡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가 한미FTA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를 결정할 때 문화부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발표도 재경부가 했다.
농산물 분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김 본부장의 손을 들어주고, 박 장관과 농림부는 피해 대책으로 성난 농심을 달래는 수순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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