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권 안팎의 남북 정상회담 논란이 갈수록 가관이다. 이번에는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은밀히 만난 것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일이었다고 청와대가 확인했다.
지난달 이해찬 전 총리의 이상한 방북이 논란을 부추겼을 때도 아무 일 없다고 시침 떼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회담 성사에 자신이 생긴 징후 같기도 하고, 반대로 별 볼일 없었다고 털어놓는 진솔한 해명으로 들리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간에 청와대가 뒤늦게 공개한 베이징 접촉 경위는 남북 정상회담조차 그토록 무모하고 어설프게 추진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흔히 나무라듯 투명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에 걸맞게 주변 정세와 접촉 상대를 사려 깊게 헤아리지 않은 무지와 경솔함을 먼저 비웃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 접촉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 리호남이 국내 주간지 기자를 통해 제의했다고 한다. 그는 1997년 북풍 사건에서 남북 정치인의 연락책 노릇을 했다가 북한 당국의 문책성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물이 '경협 100대 프로젝트'와 정상회담을 들먹인다고 대뜸 대통령 측근이 사실 확인차 베이징으로 날아가 만났다니 듣기 민망하다. 안희정씨의 자격과 적법성을 따지기에 앞서 대통령의 권위를 함부로 내돌린 것이 개탄스럽다.
청와대는 북한 핵실험 등 주변 정세에 비춰 적절치 않다고 판단, 접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총리 방북에 이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거듭 정상회담을 떠드는 것은 북미 대화 분위기를 틈타 공연히 기대를 높이려는 의도로 비친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논의가 북미를 비롯한 다자간 협상 틀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따로 만나 특별히 이룰 일은 사실 거의 없다.
대안으로 떠드는 4개국 정상회담도 평화체제 논의가 무르익은 뒤에나 가능하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정상회담 타령은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둔 무모한 욕심이거나 얄팍한 말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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