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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먼저 "임금동결"… 노사 상생의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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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먼저 "임금동결"… 노사 상생의 길 열리나

입력
2007.03.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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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임금 동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감안,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제안하거나 노사협상 등을 거쳐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는 29일 전남 여수공장에서 허진수 사장(생산본부장)과 박주암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금년도 임금을 동결하는 내용의 2007년 임금 및 단체협약안 조인식을 가졌다. 임금동결은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조측이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S칼텍스 노조는 2005년과 2006년에도 임금조정 결정을 사측에 위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노사화합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임금동결안을 제시했다"며 "생산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노사 상생의 비전 실현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 사장도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노사가 힘을 합쳐 직면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올해를 제2의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자"고 화답했다.

세계 최대 LCD 패널 생산 업체인 LG필립스LCD도 노조가 이미 자발적인 임금동결을 제안, 회사가 받아들인 상태다. 노조는 나아가 직원용 휴양시설매입과 해외연수 등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줄이거나 보류하는 데도 합의했다.

회사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난해 폐지된 직원 대상 사외교육 프로그램을 부활하고 인테리어 등도 개선하는 성의를 보였다.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제안한 것은 LG필립스LCD는 지난해 8,7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동양그룹에 인수된 한일합섬도 노조가 올해와 내년 2년간의 단체 교섭권을 회사에 전면위임했다. 더욱이 한일합섬 노조는 이미 지난 9년간 법정관리 내내 임금동결과 구조조정을 겪은 상태이다. 코오롱도 지난 23일 임금 동결, 성과급제 도입, 고용안정보장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오토바이 제조업체 S&T모터스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나서서 임금 동결을 결의한 경우. 1978년 효성기계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3년 계열분리된 뒤 경영불안에 시달리다 최근 S&T그룹으로 인수되며 사명을 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동결 분위기가 노사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그러나 기업별로 특수성이 있는데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노조의 반발이 심해 뜻대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들이 성과금조로 거액을 받는 상황에 비춰, 임금동결 분위기가 결국 월급쟁이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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