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20대 여성을 붙잡은 뒤 함께 술을 마시고 성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처벌을 원치 않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하지 않는 대신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9일 대구 달성경찰서 장모(37) 경장이 이모(25ㆍ여)씨의 아파트에서 이씨를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사건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30분께 이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 장 경장을 현장에서 붙잡아 성폭행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러나 장 경장이 동료 주모(42) 경사와 함께 이씨를 검거하고도 이튿날 새벽까지 함께 식당과 호프집 등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신 사실이 확인돼 직무유기 혐의로 사법처리키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경장과 주 경사는 28일 오후 4시께 광주 북구 모 병원에서 이씨를 검거한 뒤 곧바로 지명수배를 내린 광주 남부경찰서로 신병을 넘기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오후 10시께부터 북구의 한 식당에서 이씨와 저녁을 먹은 뒤 이튿날 오전 4시20분께까지 호프집과 노래방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장 경장은 이후 “내 아파트에 가서 잠을 자고 아침에 남부서로 인계해달라”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이씨의 집에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 경사는 장 경장과 헤어져 인근 여관에서 잤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고소를 취하해 장 경장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지명수배자를 검거하고도 곧바로 해당 경찰서에 인계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돼 사법처리키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장 경장과 주 경사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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