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황태구이·미역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황태구이·미역국

입력
2007.03.29 23:35
0 0

며칠째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세상이 온통 뿌옇다. 이제 막 봄에 들어선 설레임만으로도 감정이 벅찬데 중국에서 불어 닥치는 모래바람이 갈수록 심해져 다른 것을 느끼기조차 힘들어질 정도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미디어에선 황사주의보라는 답답한 용어를 내뱉고 있으니, 나 조차도 괜히 숨을 쉬기가 겁이 난다.

가만히 있을게 아니라 황사가 어디에 어떻게 안 좋은지 알고 다니자는 마음에 신문이며 인터넷을 들춰봤다.

대체로 황사의 입자가 커서 폐 깊숙이까지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로 기도부위를 자극해 기침이나 호흡곤란, 가래 등을 일으키고 코와 기관지를 건조하게 만들어 세균침입이 쉬운 환경을 조장한다는 게 주 내용들이다. 황사로 상하는 내 몸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해줄 음식을 먹는다면 이 황사바람과 맞서 다닐 조그마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을까.

황사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음식이 돼지고기 삼겹살이다. 나 또한 그러기는 마찬가지. 이유는 돼지고기가 몸 속의 중금속을 흡착시켜 끌고 내려가 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돼지고기에는 다른 육류와 달리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폐 안에 고스란히 쌓여있는 공해물질을 중화하는 기능이 있다는데 이는 정확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먼지 제거용(?)으로 많이 먹던 돼지고기 삼겹살이 황사제거에 뚜렷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확증이 없는 만큼 다른 식재료로 눈을 돌려 보도록 하자.

황사로 인한 중금속의 제거를 위해선 돼지고기보다 해조류와 조개류를 먹는 게 낫다. 그 중 미역의 효과가 가장 뛰어난데 이는 미역에 많이 들어있는 알긴산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알긴산은 질 좋은 수용성 섬유질로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의 20~30%를 차지하는 성분이다.

알긴산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중금속과 농약,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체내에 쌓인 좋지않은 성분을 밀어내는데 이만한 게 없다.

여기에 더해 구하기 쉬운 식품이면서도 좋은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이 명태다. 몸 안에 축적된 여러 독성을 제거, 소변을 잘 보게 할 뿐 아니라 흔히 알려진 것처럼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명태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이며 칼슘 또한 풍부한데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

이러한 명태를 말린 황태는 단백질 양이 생태일 때 보다 두 배로 늘어나 쫀쫀한 맛이 일품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황태는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하고 알레르기로 인한 질병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다.

미역과 황태. 이정도의 식재료라면 당장 오늘 저녁상에 손쉽게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황사에 대비해 거창하게 준비하는 절차도 필요 없다. 나 역시 바지락을 넣고 시원하게 끓인 미역국과 매콤한 황태구이로 한 상을 차리려고 한다.

먼저 조개를 참기름으로 달달 볶은 후 충분히 불린 미역과 함께 끓인다. 미역국의 진짜 풍미를 기대하려면 간이 중요한데 집에서 달인 조선간장이 오묘한 맛을 낼 수 있어 가장 좋다.

나 역시 미역국을 끓일 때 만큼은 친정엄마가 다려주신 간장을 아끼지 않고 넣어 맛을 낸다. 간을 맞춘 후 푹푹 오래도록 끓이면 진득하면서도 깊은 맛의 미역국이 탄생한다.

미역국이 완성됐다면 다음은 황태구이를 만들 차례. 양념에 반나절 이상 재워놓은 황태를 석쇠에 올려 요리하자.

은근한 불맛이 베어 나오면서 밍밍하지도 너무 진하지도 않은 황태구이가 마련되면 기왓장을 깨끗이 씻어 그 위에 올려 상에 올려보자. 이보다 더 훌륭한 그릇도 없을 뿐더러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법으로 황태구이를 만든 듯한 착각마저 일으켜준다. 거기에 건강까지 챙겨준다니 이런 고마운 식단이 또 있을까.

약간 건조한 듯한 이 계절에 시원하게 빗줄기라도 내려준다면 먼지가 말끔하게 씻겨 내려가기도 하련만.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미역국과 황태구이로 차린 건강식을 먹으며 기관지에 겹겹이 쌓인 때를 벗겨보자. 디저트로 녹차 한잔 곁들이면 그만이겠다.

1. 황태구이

재료 : 황태 2마리, 송송 썬 실파 2큰술, 실고추ㆍ통깨 약간씩

양념장 재료 : 고추장 3큰술, 참기름ㆍ마늘즙 1큰술씩, 양파즙ㆍ물엿 2큰술씩, 생강즙 1/4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애벌양념 재료 : 간장 1큰술, 참기름2큰술

▲ 황태 손질하기

황태는 방망이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후 찬물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비닐에 넣는다. 황태를 물에 너무 불리면 고유의 맛과 영양분이 빠져나가므로 비닐이나 거즈에 싸서 보관한다. 수분이 적당히 속까지 스며들면 비닐 안에서 황태를 꺼내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모두 떼어내고 등쪽에 잔 칼집을 넣는다.

▲ 양념장 만들기

냄비에 양념장 재료를 모두 넣고 골고루 섞어 실온에서 1시간 가량 놓아둔다.

(재료가 자연스럽게 섞이며 숙성이 될 수 있도록)

▲ 양념을 발라 애벌로 구워내기

손질한 황태에 양념을 꼼꼼히 바른 후 석쇠에 살짝 애벌로 굽는다. 구워진 황태살에 양념장을 고루 펴 발라 20분 정도 간이 스며들도록 재운다.

▲ 완성하기

재운 황태를 석쇠 또는 그릴에 올리고 남은 양념장을 바르면서 윤기 나게 굽는다. 구운 황태를 먹기 좋게 4cm 정도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고 실파를 고명으로 얹어준다.

2. 바지락 미역국

재료 : 불린 미역 100g, 바지락살 30g, 다진 마늘 1큰술, 청주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물 5컵, 국간장 1작은술, 소금 약간

▲ 미역 불려 씻기

미역은 찬물에 불려 부드럽게 퍼지도록 한다. 야들야들해지면 미역을 주물러 찬물에 두어 번 씻은 후 건져낸다.

▲ 바지락 해감하기

바지락은 소금물에 담궈 접시로 위를 덮어줘 해감시킨다. 어두운 곳에서 해감을 잘하니 뚜껑을 덮어주면 빠른 시간에 마칠 수 있다.

▲ 참기름에 미역과 바지락 볶기

미역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냄비에 담고 다진 마늘, 청주, 참기름을 넣어 뽀얀 국물이 나올 때 까지 볶는다. 미역이 볶아지면 준비한 바지락을 넣고 한번 더 볶아준다.

▲ 끓이기

미역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오면 국간장과 물을 붓고 중불에서 끓여낸다. 미역이 퍼지고 바지락의 단맛이 국물에 스며들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 그릇에 담아낸다.

김상영 푸드 스타일리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