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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위식도역류질환, 내시경 단계 10%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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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위식도역류질환, 내시경 단계 10%나 발견

입력
2007.03.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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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듯, 혹은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린 듯, 이런 종류의 흉통(胸痛)으로 한밤중에 잠을 깼다면 당신은 어떤 상상을 하게 될까. 십중팔구 ‘협심증(狹心症)’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떠올릴 게 분명하다.

불규칙한 식사와 연일 거듭하는 스트레스, 이를 풀어보려고 술에 의존한 생활을 보내다 결국 젊은 나이에 돌연사(突然死)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과 함께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더군다나 낮에도 순간순간 찾아왔던 명치부위의 통증을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게 문득 기억난다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된다.

누구라도 한껏 겁을 먹게 될 이와 같은 가슴께 통증의 정체는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위식도역류질환(GERDㆍ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이라 불리는 식도염으로 판명나게 된다. 원래 서구인들의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분류되어 온 위식도역류질환이 최근 들어 젊은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생활병으로 급격히 대두하고 있다.

증상 자체가 심각한 중증질환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갑작스러운 흉통 등을 불러 환자의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골치 아픈 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대부분 환자가 자각증상을 느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위산 분비량 많아져 식도로 역류

위식도역류질환은 간단히 말하자면 식사, 트림을 할 때에만 열려야 하는 식도괄약근(식도와 위의 경계문)이 여러 원인에 의해 ‘시도 때도’ 없이 열려 위산이 식도로 범람하면서 연약한 식도표면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염증으로 말미암은 식도의 통증이 마치 협심증의 흉통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게 위식도역류질환의 ‘정체’ 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식도괄약근은 헐거워진 고무줄처럼 힘을 잃고 위액의 역류를 허용하게 됐을까.

답은 간단명료하다. 재미있게도 술, 담배, 카페인 등 대표적으로 성인병을 불러오는 기호 식품들이 식도괄약근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이들 식품을 즐긴다면 그만큼 식도괄약근이 약해져 위식도역류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식도괄약근이 헐거워졌다고 전부 증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강남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약해진 식도괄약근 때문에 필요한 때가 아닌 평상시에 식도와 위의 경계문이 열리는데 이때 만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위액이 많이 분비됐거나 혹은 비만으로 복압(腹壓)이 높아져 위액의 역류가 쉬워진 상태가 됐다면 바로 위식도역류증의 증상이 나타난다” 며 “젊은 층의 식사량이 과거보다 많이 늘었고 이로 인해 위액도 10년 전에 비해 대략 30% 많아져 그만큼 위식도역류증 환자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내시경 단계에서 이 병이 발견되는 비율은 최근 10%내외(10년 전 2~3%)에 이른다.

최 교수는 위식도역류질환이 크게 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로 우리 국민의 몸집이 평균적으로 커진 것을 꼽는다.

커진 체구를 지탱하기 위해 덩달아 위액의 양도 늘었고 결국 많아진 위액이 넘치는 경우가 많아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알게 모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 교수는 “위액 분비량을 촉진하는 고칼로리 음식 섭취를 줄이고 이를 통해 몸집을 작게 하는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게 분명히 위식도역류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발병위험을 낮추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식도의 산성 정도 체크해 진단

위식도역류질환의 증상(소박스 참조)의 대표적인 게 흉통이기 때문에 환자는 병의 정체를 모르면 당장 겁을 먹게 마련이다.

비록 정체를 알고 나서라도 제대로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면 언제 갑자기 통증이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사회생활이 위축되는 문제가 생겨 다른 소화기 병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증상이 부정기적으로 나타나고 웬만큼 참을 수 있기 때문에 소홀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

위식도역류질환의 진단은 주로 내시경으로 한다. 식도에 내시경을 집어넣어 실제 식도염이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70%) 위식도역류질환 증상 호소 환자가 ‘멀쩡한’ 식도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의사는 더욱 복잡한 방법을 통해 진단을 확정하게 된다.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식도 말단에 일종의 무선 캡슐을 장착한다. 이 캡슐은 약 24시간 동안 식도의 산(ph 값)의 변화추이를 의료진의 컴퓨터로 전송한다.

비록 식도의 상태가 육안으로 멀쩡하더라도 위산이 넘어와 환자에게 통증을 준다는 확증을 이 방법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만일 식사시간 등과 상관없을 때 식도괄약근이 열려 식도의 ph값이 중성에서 산성 쪽으로 치우친다면 이는 위산 역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상이 확인된 환자에게는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제가 처방되며 꾸준히 복용하면 더는 병이 진행하는 게 막아진다. 식도괄약근을 강화하는 수술적 치료는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 과음·과식 후 바로 누웠을 때 증상 많아

위식도역류증의 통증은 사실 한글로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환자들이 이 병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고 전문의들은 평가할 정도이다.

위식도역류증의 통증에 대한 영어식 표기는 '불에 덴 듯한 아픔'(burn hurt)이라고 정의한다. 식도로 위액이 침범해 위산이 피부를 자극하는 게 마치 맨살에 화상을 입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식도역류증을 인터넷 정보검색을 통해 찾아보면 '작열감'이라는 어려운 용어가 튀어나온다.

위식도역류증으로 인한 통증은 사실 가슴부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식도로 솟아오르는 위액의 양이 많으면 후두, 비강 부위까지 아픔이 느껴진다. 심한 경우 충치, 천식의 원인 속에 이 위식도역류증이 숨어있기도 한다.

주로 통증은 과식을 하고 바로 누웠을 때, 베개를 낮게 베고 자 위보다 식도의 위치가 아래로 내려갔을 때, 과음을 한 후 취침 때, 스트레스(정신적 부담)로 위산분비가 많아졌을 때 많이 나타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러한 상황을 피하면 그만큼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위식도역류질환, 수면장애·업무 지장… 환자 60% 고통

위식도역류질환은 과연 환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최근 한 외국계제약사가 2006년 10월~2007년 1월까지 고려대 구로병원 등 전국 70개 주요 병원을 찾은 20~60대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7,27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이들 환자 10명 중 6명 정도가 심한 통증으로 수면 장애와 업무방해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지장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으로는 위 내용물 역류로 말미암은 불쾌한 신물 올라옴(75.7%), 명치 끝 통증이나 속쓰림(77.1%)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슴 또는 가슴뼈 안쪽이 타는 듯한 느낌(68.6%), 후두부의 불편함 (56.5%)을 경험했다는 응답들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증상을 느끼는 빈도의 물음에 30%를 넘는 환자들이 ‘매일’ 혹은 ‘자주’ 겪는 다고 응답했으며 57.9%가 통증으로 수면부족을, 55.9%는 식사 혹은 음료 섭취의 어려움, 업무 지장(57.2%)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박영태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위식도역류질환이 증가하고 있지만 낮은 인지도와 잘못된 대처로 환자가 겪는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며 “이 병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증상을 매우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만큼 함부로 자가처방을 하지 말고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로 꾸준히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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