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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네 사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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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네 사는 풍경

입력
2007.03.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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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위층 남자는 잠이 별로 없는지, 새벽 3시도 좋고, 4시도 좋고, 축구경기에서 영화로, 다시 영화에서 드라마로, 부산하게 채널을 옮기고 또 옮긴다. 아내와 나는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그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며칠 전엔, 아내 앞에서 위신을 세운다고 자정 무렵 버럭, 화를 내며 위층으로 쫓아 올라간 적이 있었다. 가장은 원래 이래야 해, 하며 제법 보무도 당당하게 위층 초인종 앞까지 찾아갔지만,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시간도 늦었고, 그래봐야 큰소리밖에 더 나겠어, 하는 마음 때문에 쉽게 초인종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가기도 뭐해서, 오랫동안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쭈그리고 앉아, 불 밝힌 위층을 바라보았다. 불이 켜진 집은, 그 집밖에 없었다. 그 집을 한참 동안 노려보고 있자니, 웬일인지 자꾸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가장은 밤늦도록 케이블TV를 보고 있었고, 또 어떤 가장은 위신을 세운답시고 집 밖에 나와 있었고, 그들을 믿고 가족들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 풍경들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미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다들 왜 이렇게 쓸쓸하게 사냐? 응? 아내는 말이 없었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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