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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학 총장 잘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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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학 총장 잘 뽑기

입력
2007.03.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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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국립대는 요즘, 총장 선출 시기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대학은 다른 전문대와 3월 1일자로 통합을 한 바 있다. 지금 총장의 임기는 4월 20일로 만료된다.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번 선거는 새로운 사람이 뽑히든 지금 총장이 재선되든 간에 의욕적인 새 출발과 도약을 기하는 일종의 축제가 돼야 마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축제는커녕 분열의 싸움판이 돼 버렸다.

● 분열ㆍ대립 마당이 된 선거판

총장 추천위원회는 지난해 관련규정을 만들었으나 총장이 이를 공포하지 않아 선거일을 임기 만료 후인 5월 9일로 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변경할 명분도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4월 20일까지 선거를 마치지 않으면 행ㆍ재정 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재출마를 하려 하는 총장이 추천위원들에게 공문 내용을 알려 주는 협박성 메일을 보냈다고 비난하고 있다. '임기 만료 한 달 전 후임 선출'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추천위의 계획은 학외에도 후보자를 개방하고 지방TV를 이용한 초청토론회와 합동연설회도 하자는 것이어서 4월 20일 이전 선거도 어려워 보인다.

어떤 인물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하는 것이 좋은가. 모든 제도에는 나름대로 장ㆍ단점이 있고 어떤 능력을 갖춘 인물이 대학을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가 하는 문제에도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질문을 생각하는 것만도 벅찰 텐데 교육부, 현직 총장, 총장 추천위, 선거관리를 맡은 선관위가 얽히고 설켜 선출시점을 둘러싼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 대학의 문제는 2월에 입법예고된 국립대 법인화와도 미묘한 관련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지금 우리 대학들이 겪고 있는 진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더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87년체제의 하나인 직선제의 폐해는 신물이 날 만큼 다들 많이 경험했다.

고려대의 경우 직선과 간선제를 혼합한 제도를 운영했으나 부적격자를 먼저 솎아내게 한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전임 어윤대 총장은 후보에 들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그 뒤 취임 두 달도 안돼 이필상 총장이 표절문제로 사퇴하는 일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성격이나 도덕성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직선제가 몰고 오는 편 가르기와 상대방 끌어내리기가 큰 작용을 했던 것이다. 이필상 교수가 총장선거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논문표절은 문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표절 시비 논쟁은 지지파와 반대파 간의 세대결로 이어져 대학에 큰 상처를 안겨 주었다. 현승종 이사장은 총장 지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사장 개인의 언급이 그대로 제도화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 폐해 많은 직선제 이젠 고쳐야

그 동안의 폐해를 비롯한 여러 상황으로 보아 이제 직선제만 고집하기는 어렵게 됐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최근 어느 토론회에서 국립대 법인화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총장 직선제를 이사회 간선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기업 종업원들이 경영진을 선거로 뽑으면 기업이 계속 존재할 수 없다"면서 "상아탑이 신성하다는 이유로 기업논리를 배제하면 대학의 재정개혁은 어렵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 국립대 법인화법에 대해 가장 불만이 많은 서울대가 외부 인사에게 총장직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평의원회는 학내 인사는 물론 각계 인사들에게 설문조사지를 보내 의견을 구하고 있다.

핵심은 직선제냐 간선제냐 초빙위원회를 통한 선출이냐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좋겠느냐다. 그러나 앞으로 법인이 되면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게 돼 외부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서울대의 의견조사는 자칫 별로 의미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해 법인화 이전에 실시될 선거의 틀을 미리 짜 놓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각 대학은 다음 대통령에 대한 관심만큼 학내문제로 눈을 돌려 총장 선출방식과 후보자 자격 검증에 관한 논의를 더 활발히 했으면 좋겠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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