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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 공연보다 공연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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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 공연보다 공연장을 보라?

입력
2007.03.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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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문화재단이 경기 고양시 일산에 세운 대형종합공연장 고양아람누리가 5월 초 개관한다. 2002년 착공부터 1월 준공까지 무려 3,000억원이 투입된 고양아람누리는 오페라극장인 아람극장(1,887석), 음악전용홀인 아람음악당(1,449석)을 비롯해 소극장, 야외극장, 미술관 등을 갖췄다.

극장 측은 시설과 음향, 편의성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한데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웅서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최첨단 시설에 대해 자랑한 후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하드웨어에 신경을 쓰다 보니 소프트웨어는 걸음마 수준입니다. 제가 올해 2월에 취임해 눈에 번쩍 띄는 공연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2년만 기다려주십시오.” 아파트를 지은 것도 아니고, 공연장을 개관하는데 준비한 공연이 부실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짓는 동안은 뭘 했길래 또 2년을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올해 고양아람누리에 올려지는 공연은 대체로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이다. 5월4일부터 7월7일까지 이어지는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도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 , 국립국악원의 <봉래의> 등 이미 했던 공연의 재탕이나 <나초 두아토&스페인 국립무용단> , <힐러리 한&kbs교향악단> 등 다른 공연장에 잡혀있는 공연을 유치한 것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어느 곳이나 개관 기념 공연 만큼은 의욕적으로 준비하게 마련인데, 3,000억원 짜리 공연장의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특징도, 기획도 없어 보인다.

한 음악인은 불과 두 달 전에 개관 페스티벌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황당했다고 했고, 잦은 인사로 개관 공연 프로그램이 수 차례 바뀌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이 극장만의 특화 프로그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공연으로는 관객을 모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공연장이 아니라 공연을 보러 간다. 세계적인 공연장을 목표로 한다는 고양아람누리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이런 출발을 하는 것일까.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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