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로 탑을 쌓듯이, 단락(문단)을 연결해 하나의 글을 만든다. 그래서 ‘한 단락 쓰기’는 글쓰기의 기초이다. 이전의 긴 논술에서는 여러 단락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글로 되었다. 최근의 짧은 글쓰기에서는 종종 한 단락만으로 한 편의 글이 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이든 한 단락 쓰기는 중요하다.
연애 이론을 많이 안다고 연애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이론보다는 글 쓰는 실제 능력이 중요하다. 내킨 김에, 지금 연습해 보자. 자주 인용되는 아래 두 글을 읽고, ‘언어와 문화(의 관계)’ 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적어 보자.
“언어는 일종의 기호이다. 기호란, 어떤 의미를 표상하는 감각적 표지이다. …중략… 우리의 언어도 우리의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용을 표상하는 음성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기호적인 성질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 사회를 다른 사회와 구별짓는 의미로 사용할 때, 문화란 말은 평가적 의미를 가리킨다. ‘문화인, 문화 시설, 문화 생활’이라고 할 때의 문화란, ‘진보된’ 혹은 ‘발전된’의 뜻을 가리킨다. …중략… 문화란, 어떤 인간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의 총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은 그 사회의 모든 지식, 신념, 가치, 관습, 제도를 포함한다.” <제시문 전문은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com) 참조>제시문>
쓸 내용이 없으면 글쓰기는 실패하기 쉽다. 토론 뒤 적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토론에는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교과와 관련된 (또는 재미있는) 짧은 제시문 사용이 바람직하다. 이런 글은 어렵지 않고 낯설다는 학생의 거부감도 줄인다. 어쩌면 한 명 정도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 버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렵지 않게 글을 완성한다. 학생들의 ‘자신감’과 경험은 소중한 수확이다.
쓰기 전 ‘생각하는 방법’은 꼭 알려주어야 한다. 두 주제를 연결하여 ‘자신의 생각’을 만들되, 제시문 이용은 마음대로이다.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많으면 제시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제시문 내용 50%+ 자신의 생각 50%’도 괜찮고, ‘제시문 80%+생각 20%’도 괜찮다. 구상이 정말 힘들면 생각없이 제시문 요약으로 글을 채워도 된다. 중요한 것은 ‘직접 적어보는’ 경험이다. 필요하면 제시문은 기꺼이 모방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
생각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언어와 문화’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언어는 문화의 한 부분이다’ ‘문화는 언어를 통하여 표현된다’ ‘문화와 언어의 비교’… 등등. 이들 중에서 또는 자신의 어떤 생각을 하나 정하여 이를 정리하여 적으면 된다. 제시문을 참조하되 가능하면 ‘자신의 생각(이론)’을 적는다. 자유롭게 생각하자. 생각에 한계를 둘 필요는 없다.
이러면 위대한 학자 못지않은 훌륭한 글이 나온다. 쓴 글은 모두 첨삭한 뒤 돌려본다. 차츰 글 수준을 높이고 이론도 간간이 설명한다. 다음은 고1 여학생이 봄에 쓴 글이다. 지면상 짧은 글을 소개한다.
서툰 표현이 있지만 내용이 좋다. “세계화ㆍ정보화 속에서 우리의 말과 글이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래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를 보면 외래어가 판을 치고 있다. 만약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말과 글이 정말로 없어질지도 모른다. 북한의 경우 외국 말을 우리의 말로 바꾸어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외국의 문화를 우리의 것으로 승화시켜 받아들이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세계화의 흐름에서 외부의 문화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의 것만 고수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서구의 문물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문화가 더 발전하는 것이고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서구의 문물에 우리의 문물이 흡수되지 않을 것이다.”
김영규ㆍ최강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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