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하 무구정경)은 8세기 초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고 28일 발표했다.
박물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석가탑 유물의 제작 시기, 보존처리 과정, 조계종의 반환 요구 등에 관해 종합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이날 갖고 “무구정경의 연대를 기존 통설과 달리 볼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석가탑 중수기의 기록으로 보아 이 불경이 고려 초인 1024년 석가탑을 중수할 때 새로 만들어 넣은 것일 수도 있다는 일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학계의 통설은 석가탑 무구정경의 활자, 서체, 종이가공법 등으로 볼 때 이 불경이 통일신라 유물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이 불경이 고려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의 영예는 그 동안 무구정경보다 20년쯤 늦게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 (770년)으로 넘어간다. 백만탑다라니경>
박물관은 기존 통설을 재확인하는 또 다른 근거로, 석가탑의 종이류 유물 3종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무구정경의 섬유조직이 가장 치밀하게 나타난 점을 들었다. 섬유조직이 치밀하다는 것은 지질이 떨어진다는 뜻, 다시 말해 그만큼 오래 됐음을 가리킨다.
박물관은 석가탑 중수기를 내부 연구자들이 판독한 결과에서도 통설을 뒤집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중수기 내용은 오히려 기존 통설을 강화하는 쪽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내옥 유물관리부장은 “중수기를 비롯한 석가탑의 묵서지편은 떡처럼 뭉친 110여 장의 종이를 낱장으로 분리해서 거기 쓰인 문자를 초벌 판독한 상태”라고 전하고, “박물관 안팎의 전문가들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올해 상반기부터 내용 해독 등 본격적인 연구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구정경을 비롯한 석가탑 유물 일체를 돌려달라는 조계종의 요구에 대해, 박물관은 돌려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들 유물이 불국사 소유인 것은 인정하지만, 40년 전 문교부장관의 행정명령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강제 이관된 만큼, 이를 해제하는 조치가 앞서야 하며, 특히 무구정경은 불교의 성보이기 이전에 전국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임을 감안할 때 국가 대표 박물관이 맡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이 건에 대한 판단을 문화재청에 요청했다고 밝히고,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구하면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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