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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금융권 물가 비교해보니/ 은행 수수료 올려도 너무 올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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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금융권 물가 비교해보니/ 은행 수수료 올려도 너무 올렸네

입력
2007.03.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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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가량 충전액이 남은 버스카드를 실수로 부러뜨린 김모(63)씨는 이 달 초 서울시운송사업조합의 환불업무를 대행하는 우리은행 창구를 찾았다.

우리은행에 계좌가 없던 김씨는 파손 책임에 따른 공제액(3,850원)을 뺀 나머지 액수를 자신의 주거래은행 계좌에 이체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깜짝 놀랐다.

창구 이체 수수료가 금액과 상관없이 3,000원이었던 것. 버스카드에 든 1만원 가운데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고작 3,000원 남짓이라는 사실에 김씨는 결국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최근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전체 수수료를 낮춘 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대표적인 생활물가인 은행의 수수료가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은행, 신용카드, 보험, 증권 등 생활과 밀접한 4대 금융권의 최근 10년간 수수료 등 서비스 물가 추이를 보면, 은행 수수료는 해마다 꾸준히 올라 71%나 인상된 반면, 증권사의 주식 위탁매매수수료는 이 기간 동안 50% 넘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생산자물가 가운데 은행 분야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일반인이 흔히 이용하는 송금, 현금인출 등의 서비스 수수료인 원화수입수수료. 은행의 원화수입수수료 물가지수는 1996년 초 81.2에서 2006년 말 138.9로 단 한번도 내리지 않고 71.1%나 올랐다.

물가지수란 2000년 물가를 100으로 보고 각 시기의 가격 수준으로 지수화한 것이다. 2000년 물가 기준으로 96년엔 81원이던 수수료가 지금은 139원 가량 됐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인터넷뱅킹 등 전산화와 수수료 조건 다양화로 사실상 수수료를 면제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면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은행 수수료 물가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은행권 서비스 물가가 다른 금융권에 비해 유독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하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는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물가지수는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0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카드사들의 고객확보 경쟁과 대형 가맹점과의 제휴 마케팅이 활성화하면서 수수료율이 10% 가량 떨어졌다"며 "카드대란을 겪은 뒤 현금서비스 비중을 줄이고 신용판매 규모를 늘리면서 서서히 수수료율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5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는 99년 자율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99년보다 무려 52.5%나 떨어졌다. 창구에서 이뤄지던 위탁매매가 대거 인터넷 거래로 옮겨가면서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춘 결과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역시 겉으로는 경쟁 구조지만 타 업종에 비해 보호막도 높고 수요 계층도 든든해 서로 암묵적 동의 하에 수수료 인상 추세를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수수료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내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물가지수 역시 10년간 92.9에서 109.4로 17.8% 올랐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은행권 수수료는 금리와 큰 상관관계가 없어 저금리 기조에 수익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더 올린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수료율이 낮다고 하지만 수수료 대상항목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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