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관급 협상은 농산물, 자동차 등 민감 분야 쟁점들을 두고 순간순간 타결과 결렬 사이를 오가는 긴박한 48시간을 남겨두게 된다.
미국 행정부의 통상교섭권한이 의회로 넘어가는 31일 오전7시(한국시간)를 마감시간으로 봤을 때, 29일 아침부터 이틀간 피말리는 레이스가 진행된다.
양국 협상단은 28일까지 3일간의 장관급 회담에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분과장은 “지금은 분과장 재량으로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주요 쟁점에 대해 일단 무조건 버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타결 쟁점들은 29일, 30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참석하는 회담 테이블에 올려진다. 서로의 최후의 본심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포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서로 꺼내보이며 일괄 타결을 모색한다.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한국은 10여 가지 분야의 쟁점 중에서 스크린쿼터 재확대 금지, 방송의 외국 콘텐츠 비율 제한 완화, 저작권자 사망 후 저작권 보호기한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는 방안,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비위반제소(협정 위반이 아니어도 기대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상황에 따라 양보할 수 있는 쟁점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인 쇠고기 관세도 현재까진 철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축소가 가능한 부문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로는 쌀 개방,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 등 검역 완화 등을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부터 반드시 얻어내야 할 분야는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확정했다.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협상 결렬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또 반덤핑 완화 등 무역구제 부문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할 분야로 분류했다.
미국 측의 마지노선도 어느 정도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게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분야로 쇠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등 주요 농산물의 관세 조기 철폐를 꼽고 있다. 지적재산권, 의약품, 방송ㆍ통신 등 미국이 우세한 분야들도 주요 먹잇감으로 분류했다.
농산물과 함께 한미 양국의 마지노선이 충돌하는 분야는 역시 자동차다. 미국은 상대적 열세인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철폐를 최대한 유예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고, 한국도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를 얻지 못하면 FTA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섬유분야도 미국이 열세지만, 양국이 의견을 좁힐 가능성이 있어 ‘딜 브레이커’(협상결렬 요인)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쌀 개방은 한국 입장이 워낙 강경하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논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측 협상단 관계자는 “여기까지 왔는데 타결을 안 할 수 있느냐는 공감대는 있다”며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보면 곳곳이 지뢰밭이다”고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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