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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등정/ 박영석 원정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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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등정/ 박영석 원정대장 인터뷰

입력
2007.03.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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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히말라야 14좌 최단기간 완등, 남극점 최단기간 무보급 도달,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박영석(44ㆍ㈜골드윈코리아 이사) 대장이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해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 루트 도전에 나선다. 박대장은 28일 원정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8,000m 이상 봉우리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새 길을 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은 언제부터 계획했나.

15년 전부터 봐왔던 루트다. 히말라야 14좌 완등과 각 대륙 최고봉 등정, 남ㆍ북극 도달 등에 우선 집중하느라 지금껏 미뤄왔다. 지난해 에베레스트 횡단 등반 이후 별렀던 남서벽을 이제서야 도전하는 것이다. 준비는 끝났다. 수직의 절벽에 공격 캠프를 차릴 수 있는 박스형 텐트도 새로 만들었다. 팀원도 든든하다. ‘박영석 사단’이라고 불리며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함께 나선다. 모두 베테랑들이고 팀워크는 어느 팀도 부럽지 않다.

-왜 남서벽인가.

히말라야 8,000m 이상 봉우리에 한국인이 낸 새 루트는 이제껏 하나도 없다. 남서벽 도전은 세계 최고봉에서의 최고 난이도에 대한 도전이다. 벽 높이 만도 2,500m에 달한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했던 남서벽에 한국인이 새 길을 낸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AP, 로이터 등 외신에서도 신루트 개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서벽 도전은 이번이 처음인가

1991년에 처음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도전했다. 등반 도중 150m가량 떨어져 죽다 살아났다. 얼굴이 만신창이가 됐다. 다행히 캠프2에 있던 미국팀에 의사가 있어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겨우겨우 밑으로 내려와 대수술을 받았다. (왼쪽 볼을 매만지며) 거의 조각보 만들듯 꿰어맞춘 얼굴이다.

93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재도전 때도 8,500m까지 올랐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벽에 내려앉은 신설이 샤워처럼 쏟아져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남서벽을 포기하고 남동릉으로 루트를 바꿔 올랐다. 그때 무산소 에베레스트 등정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당시 오르지 못했던 남서벽은 지난 15년 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반드시 그곳에 코리안 루트를 뚫겠다고 다짐했다.

-벽 등반이 어려운 이유는

모든 등반이 목숨을 건 행위이지만 벽 등반의 위험은 그 이상이다. 낙석의 공포가 크다. 수천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돌이라 손톱만한 크기라도 위력은 대포알급이다. 얼굴 옆을 지날 때면 총알 소리가 난다. 나도 벽 등반 때 작은 돌을 맞아 머리에 썼던 헬멧이 부서진 경험이 있다. 제대로 맞았으면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다.

-30년 전 에베레스트에 처음으로 태극기가 휘날렸다.

우리 팀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이 77년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을 기념하는 등정이 되서 어깨가 무겁다. 꼭 성공해 77선배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77년에는 내가 중학생이었다. 당시 세계의 정상에 섰던 77원정대원들은 국민 영웅이었다. 책받침이고 노트고 학용품에는 모두 에베레스트 정상에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고상돈 대원의 사진이 새겨져 있었다. 77원정대원들을 보면서 탐험가의 꿈을 키웠다.

-탐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사준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이 감명 깊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책이 이끄는 대로 알래스카며 아프리카의 풍광에 빠져들었다. 책이 다 닳도록 수 백번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책을 보면서 탐험에 관심을 갖게 됐다.

-히말라야에 언제 처음 도전했나.

히말라야에 첫 발을 디딘 곳은 89년 봄의 랑시샤리다. 첫 도전에서 1봉, 2봉을 연달아 올랐다. 그 해 겨울 26세의 ‘어린’ 나이에 원정대장이 되어 히말라야를 다시 찾았고, 랑탕리 동계 초등정을 해냈다.

-베링해협 횡단 도전에 이어 바로 에베레스트 도전이다. 휴식기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 97년에는 1년 동안 8,000m 급 봉우리 7곳을 등정 시도해 6곳을 성공했다. 그 해에는 거의 히말라야에서 살았다. 하나의 봉우리 등정을 성공해서 내려와서는 바로 헬기 타고 다음 산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 정도의 휴식은 차고 넘친다.

-남서벽 이후의 목표는

내년 2월에 올해 실패했던 베링해 횡단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이후 봄에 마칼루 서벽에 신루트를 낼 야망을 가지고 있다.

-산악 그랜드슬램까지 마쳤는데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이 남았나

지도를 펼쳐보면 가보고 싶은 곳들이 수두룩하다. 능력만 된다면 히말라야 종주도 하고 싶다. 지금까지 이룬 것은 그저 대표적인 곳들만 골라 올라갔을 뿐이다.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은데 나이 먹는다는 게 억울할 뿐이다.

-나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제 40대 중반이다. 부담스럽지 않은가.

아직 부담스럽지 않다. 10년은 더 자신 있다. 술만 안 먹으면 될 것 같다(웃음).

박영석 대장 프로필

▲1963년 서울 출생

▲1982년 오산고 졸업

▲1992년 동국대 체육교육과 졸업

▲현 ㈜골드윈 코리아 이사, 대한산악연맹 등반기술위원, 한국산악회 이사, 한국대학산악연맹 이사

주요 등반기록

▲세계 최단기간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등정(8년 2개월)

▲세계 최초 1년간 히말라야 8,000m급 최다 등정(6개봉)

▲아시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1993년)

▲동계 랑탕리 세계 초등(1989년)

▲세계 최단기간 무보급 남극점 도달(2004년)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2005년)

▲단일팀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횡단등반 성공(2006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든든한 응원단 "우리가 함께 가요"

박영석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역사적인 도전에는 든든한 응원단들이 함께 한다.

국내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대한산악연맹의 ‘77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대장 김영도(83))의 원년 대원 12명이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한다. 30년이란 시간 차를 넘어 선배 영웅들과 후배 산악인들이 손을 잡고 영광의 설산을 다시 오르는 것이다.

10여 일에 걸쳐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캐러밴 기간은 선배 산악인들과 한국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코리안 루트를 내려는 다부진 후배들간의 뜨거운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선후배들의 이 드라마틱한 동행길은 싸이더스FNH 김석우(36) 감독에 의해 다큐멘터리 영화 <길> 로 제작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 미스코리아도 직접 에베레스트로 날아가 원정대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일보사가 준비하는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 행사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2006 미스코리아 박희정(25) 김수현(22)씨가 주인공이다.

박희정씨는 “코리안 루트 개척이라는 새로운 신화 창조의 증인이자, 이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할 예정”이라며 “고소증 등 헤쳐나갈 난관은 많지만 결코 캐러밴에서 낙오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수현씨는 “에베레스트에 서기위해 오랫동안 한강시민공원을 뛰고, 북한산 산행을 하며 체력을 길렀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김중만(53)씨도 에베레스트 원정에 동참한다. 김씨는 “원래 추운 것을 잘 못 견디는 체질이지만 등정 30주년이란 역사성과 에베레스트라는 상징성을 놓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캐러밴 도중 히말라야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 귀국 후 에베레스트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박영석 원정대를 응원하는 또 한 명의 손님은 국립수목원 이유미 연구원이다. 각종 기고를 통해 우리 땅의 풀과 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숲 해설가다. 이 연구원은 “식물 자원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히말라야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히말라야 설산이 품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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