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회의실. 신창재 회장이 새로 바뀐 임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각자 역할에 충실해 달라"는 다소 의례적인 훈시가 끝날 무렵, 신 회장이 갑자기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힘차게 불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임원들에게 신 회장은 "이제 2007년 치열한 시장경쟁에 출전할 대표선수 선발을 마쳤다"며 "새로운 전략과 목표 달성을 위해 모두 힘차게 출발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측은 "임원들에게 새 출발의 의미를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가려는 의도"라며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회장의 파격 훈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봤던 2000년 신 회장은 간부 사원들의 교육 자리에서 '교보생명 파산'이라는 가상 뉴스 화면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2001년 새 이미지 선포식 때는 개그맨 이경규씨 사진을 붙인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가면만 썼다고 이경규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회사도 이미지뿐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야 변한다"는 의미였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파격 훈시는 종종 있었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초 전국 지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칼이 든 지휘봉을 전달하며 영업 전쟁을 독려했고,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발로 뛰는 영업을 강조하며 차량용 네비게이터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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