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설을 통해 "한국경제가 조로(早老)하면서 너무 빠른 중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얼마 전 아시아의 '수출 챔피언'이던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넛 크래커 형태로 끼여 몽유병 환자처럼 길을 헤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외국 언론들이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라고 비아냥거리던 아픈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선진경제 진입이라는 역사적 목표점을 앞에 두고 우리 경제가 조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은 국내에서도 매우 우려해오던 바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금처럼 잠재성장률 수준인 4% 안팎의 성장이 지속될 경우 10년 후인 2017년까지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영원히 중진국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경고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한국은 2019년쯤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따라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10년 정도에 불과하며, 이 기간에 5~6% 고성장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수출 의존에서 탈피해 내수를 활성화하거나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 완화와 금융 및 중소기업의 질적 발전 등이 시급하다.
그러나 FT도 지적했듯이 경제 내적 요인보다 절실한 것은 사회 전반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선진경제라는 목표 아래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비전 있는 리더십이다.
불모지나 다름 없는 분야에서 세계 제패의 쾌거를 잇달아 만들어 낸 수영선수 박태환과 피겨요정 김연아는 우리 국민의 무한한 잠재력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명의식을 무겁게 느껴야 할 정부가 위기적 현실을 부정하기에 급급하고 그 책임을 기업과 국민에게만 돌리려 하니 답답한 일이다.
참여정부가 지금 할 일은 차기대선 주자에 대한 어쭙잖은 품평이 아니라 차기 정권이 마음껏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묵묵히 길을 닦아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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