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까지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을 지낸 김희곤(53)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2005년 한 사료상한테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김구 선생의 친필 서명이 있는 사진과 친필 편지등을 보관하고 있는 데 사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대가로 8억원을 요구했다. 김 교수는 사료적 가치는 인정했지만 8억원은 너무 비싸다고 판단, 포기했다고 한다.
독립기념관이 독립운동 사료 수집과 구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료상들과 중국 동포들이 독립운동 관련 주요 문서나 자료를 가져와 터무니 없이 비싼 값에 팔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료상은 독립신문 창간호에서 종간호까지 모두 모은 완결본이라며 3억5,000만원을 제시하는 가 하면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시절 희귀 사진들은 5,000만원에 내놓겠다고 했다. 유명 독립 운동가들의 친필 서명과 사료 원본들을 가지고 들어오는 중국 동포들도 셀 수없이 많다. 여기에 중개인이 끼면서 일부 사료의 경우 호가가 치솟고 있다.
독립기념관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사료상이나 중국 동포들이 가져온 자료 중 가치 있는 게 적지 않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3억5,000만원을 제시한 독립신문 완결본은 최근 독립기념관측이 결본이었던 창간호 원본을 찾아내면서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독립기념관 사료수집위원회 김도형(46) 박사는 “꼭 필요한 자료는 기념관이 사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념관에서 소장하지 않으면 별로 가치가 없는 사료도 많은 만큼 기증 문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사료는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도 돈이 없어 눈 앞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다. 현재 독립기념관이 사료 구입과 수집 활동에 쓰는 한 해 예산은 2억원을 조금 넘는다.
한 사료 수집위원은 “이 돈으로는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사료를 확인하는 데만 써도 부족하다”며 “일본이나 미국의 각종 기념관처럼 체계적인 수집과 연구를 위해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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