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본고사 금지는 1994~6년의 잠깐 완화한 시기 외에는 25년 이상 유지되어온 오랜 '교육정책'이다. 지금, 헌법이 규정한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법률'로 정할 사항이며, 대통령령을 근거로 행정조치에 의해 본고사를 금지함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그 법률에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포함하여 대학과 국가 간의 기본적 질서가 구체적, 명시적으로 담겨야 한다.
● 진보ㆍ보수 '무능ㆍ뻔뻔의 대결'
다만 본고사에 대한 가부 판단은 교육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정책의 수정이 검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나, 그 교육적ㆍ사회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조사연구를 거쳐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은 다음 18대 국회의 중요과제가 되어야 하며, 대선 소재로 다루는 것은 헌법이 정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한편 기여금입학제나 고교등급제와 관련해서 최근 시끄러워진 진보-보수 간의 공방은 제목을 달자면 '무능과 뻔뻔의 대결' 정도가 될 것이다. 6년 전쯤, 교육정책당국은 '3불(不)' 용어를 스스로 주조하여 공격의 표적을 자청했다.
공격자들은 이 어리숙한 상대방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나 던진다. "대학입시가 자율이라는데 '기부금입학제'를 해도 좋은가?" 다른 공격자가 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교등급제'를 도입해 응시자의 출신고교별로 차별해도 좋은가?" 순진한 교육정책당국은 분기탱천하여 답하였다.
"대입본고사와 함께 기부금입학제와 고교등급제는 안 된다. 그러나 단 이 3가지만을 불허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3불정책!'이다."
올바른 답변은 이것이다. ①대학 기부금제도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한 개별 대학은 학생선발권을 가지며 원하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 다만, 기부금과 학생입학허가서 간에 '대가관계'가 있게 되면 형법상의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우리에게 묻지 말고 변호사와 상의하라. ②오렌지들은 하나하나가 서로 다르고, 사람들은 맘에 드는 오렌지를 골라 먹는다.
그러나 이 모두 '동일한' 오렌지라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어리석다. 교육당국은 "모든 고등학교가 초ㆍ중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동일한' 고등학교이며 제도적 차별과 등급화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할 뿐이다.
● 보수 언론들 자신의 일 모르나
기부금입학제와 고교등급제 논란은 국가의 '제도'와 대학의 '행위'를 구별하지 못한, '담론'의 층위와 구조가 처음부터 어긋난 허위논쟁이다. 공격자들의 위 두 질문은 교육당국 발 밑에 '언어'라는 걸림돌을 던진 것이다. 당국은 '3불'로 함께 묶어 '교육정책'으로 고집함으로써, 그 돌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언론들의 최근 보도자세를 보면, 정말로 "저들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금년 말 대통령선거가 있다.
넘어진 약자 교육부에 대한 공격에 합세하여 교육부를 무너뜨린 후 '기부금입학제도', '등급에 의한 고교차별제도'를 온 세상에 흔들어 보일 때, 그 손에 돌멩이 아닌 투표용지를 쥔 4,000만 관중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까?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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