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일정 정도 이상의 장애 판정을 받은 군인의 경우 무조건 해고토록 한 인사 규정을 바꾸었다. 실제 업무 수행 능력과 본인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연하게 처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당연한 변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유방암으로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군을 떠나야 했던 피우진 예비역 중령의 법정 투쟁이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헬기 조종사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에 별 장애는 없지만 기계적인 인사 규정에 따라 전역하게 된 피씨의 사연은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한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일이 비단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정부 기관 및 민간 기관, 조직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인사 규정을 만들어 운용하는 이유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의 조건을 분명히 하고 생산성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의 기본 취지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규정을 준수만 하려는 맹목적인 태도다.
우리 사회는 1987년 이후 형식적인 의미의 민주화는 많은 진척을 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사회 각 분야에 남아 있는 작은 차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당한 제도 척결 등의 부문에서는 그만큼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제 국민 생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이처럼 미처 인식하지 못했거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만들어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모든 것을 국가에서 책임져 줄 수는 없다.
이번 국방부의 변화가 결국 한 개인의 이의 제기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상징적인 것도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문제는 그 변화가 법률적 명령이나 국가의 관심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지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이 사회 각계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인간을 외면하는 형식적 장벽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피씨의 퇴역 처분 취소 소송이 성공적인 결실을 이뤄 복직까지 됐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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