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감정평가회사 직원과 사장, 의사 등 ‘1인 4역’의 전화 목소리 연기를 통해 억대의 부동산 사기를 친 30대가 붙잡혔다.
김모(31)씨는 지난해 초 “부동산을 비싸게 팔아주겠다”며 감정평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 사기를 계획했다. 그는 부동산을 팔만한 사람을 물색했고 지난해 2월 충남 태안의 건물을 소유한 이모(65)씨가 걸려들었다.
김씨의 핵심 범행기술은 다양한 목소리였다. 그는 우선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며 이씨에게 전화로 “태안의 건물을 사고 싶어 하는 의사가 한명 나섰다”고 접근했다. 김씨는 “건물을 90억원에 팔 수 있는 데 그러려면 85억원의 감정평가서가 필요하다”고 설득한 뒤, “잘 아는 감정평가회사가 있다”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마음이 혹한 이씨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감정평가회사 직원으로 가장한 김씨가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평가원 김○○입니다”라며 “사장님 바꿔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내 ‘사장’ 목소리로 변모해 “78억원 가량 되는 것 같지만 최대 85억원까지 감정해 줄 테니 비용 25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건물을 구입할 의사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좋은 부동산을 팔아줘 고맙다”며 이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리고는 부동산 중개업자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감정평가서 비용 1,500만원이 든다”, “인장을 찍는데도 2,000만원이 든다”며 돈을 더 받아냈다.
이런 수법으로 김씨가 지난해 2~6월 피해자 5명에게서 뜯어낸 돈은 1억8,900여만원에 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서범정)는 28일 김씨를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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