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세계경제는 연평균 4.5%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 이전 10년간의 성장률이 연평균 3.5%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경제 호황은 여러 가지 불안요인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세계경제의 맹주를 자처해 온 미국이 있다.
세계경제의 호황이 지속된 배경에는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뿐 아니라 금융 부문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미국경제의 역할이 컸다. 미국은 물가안정에 힘입어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가 계속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국가계의 왕성한 소비수요는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대미 수출 확대 및 이를 통한 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최근 중국의 고성장 지속 및 일본과 유럽의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낸 주요 동력이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미국경제가 호조를 유지하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도 잉태됐다. 우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확대돼 이제는 거의 유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의 가치 폭락과 이로 인한 미국금리 급등 및 미국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의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저금리 등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는 주택담보차입을 중심으로 부채를 늘려 왔는데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승하면서 일부 가계가 대출금 상환불능에 빠지자 몇몇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업체가 파산하면서 가계소비 부진과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경제의 성장 원천으로 작동해 온 미국이 이제는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를 초래하는 위험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경제가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극복하고 연착륙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더 많다. 2004년 6월 이후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덕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로 경기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많고, 주택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미국 주택경기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경제의 방향에 대해 신중하게 관찰해야겠지만, 부정적 요소와 함께 긍정적 요소를 아울러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김민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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