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부른 국제적 대일 비난 여론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고노 담화' 계승 의지를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강제성의 물적 증거가 없다"거나 "부모가 팔았다"고 토를 달아 온 일본의 '모호성 전략'이 명백한 한계에 봉착했다.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아니고서는 일본 정부가 결코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한국과 네덜란드 등 관련 당사국의 항의나 반발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싸늘한 눈길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연일 대일 비판을 거듭하고, 주일 미 대사가 일본의 자세를 비난하고, 급기야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이 '저질러진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솔직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일본 정부에 주문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이토록 강력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미일 무역분쟁 이후로는 거의 예가 없다. 일본 정부가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온갖 애를 써 왔고, 문제가 된 아베 발언도 그 대응책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하면 이미 '위안부 결의안'은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 됐다. '위안부 결의안' 통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모두가 일본 정부의 자업자득이라고 본다. 또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당시 커다란 우려를 표했듯, 아베 총리의 근원적 한계이기도 하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 그는 늘 자민당 내 강경보수파의 핵심이었다.
총리가 되면서 한국ㆍ중국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흐릿한 태도를 취했지만 나카가와 쇼이치 자민당 간사장이나 시모무라 하쿠분 관방 부장관의 기용을 통해 자신의 역사 인식에 아무런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문제 발언을 일삼았다.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가 이런 의심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길은 지금이라도 군대위안부 범죄에 대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히는 것이다. 사실과도 어긋나는, 지엽말단의 강제성 논의를 재론하거나 군말을 덧붙이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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