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쟁사들을 압도, 사업을 포기시킬 정도로 차별화된 혁신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말 열린 전사 경영전략회의에서 국내외 임원 500여명에게 “2009년까지 모든 사업부가 1개 이상의 혁신 제품을 선보여 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윤종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학도 출신의 샐러리맨으로 오너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타 CEO인 그를 빼놓고 오늘의 삼성전자를 논하기는 어렵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그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뒷받침하면서, 1990년대 ‘로컬 대기업’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를 10여년 만에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발돋움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97년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2000년 부회장에 오른 그의 일관된 구호는 혁신이었다. 연구개발, 생산제조, 구매, 유통, 마케팅, 경영관리 등 전부문에 걸쳐 일하는 방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바꿔 경영혁신의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10년간의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가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1999년 32억 달러로 100위권 밖이었던 삼성전자는 2006년에는 162억 달러로 세계 20위안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는 해외 언론들도 윤 부회장을 ‘기술의 마법사’(Tech Wizard), ‘혼돈 제조자’(Chaos Maker)로 부른다.
사실 거함 삼성전자에는 윤 부회장 외에도 많은 스타 CEO들이 있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뛰어난 개인기가 상호 충돌하지 않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총 지휘하는 역할은 윤 부회장이 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올들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주총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핵심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프린터와 시스템 고밀도집적회로(LSI) 등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발굴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심코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잡초나 돌멩이에서 전문가는 귀한 약초와 보석을 찾아낸다”는 ‘돌멩이론'과 “바람이 불지 않아 바람개비가 돌지 않으면 앞으로 달려가면 된다”는 ‘바람개비론’을 내세우며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창의적인 시각과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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