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연일 고조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당황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 정부로부터 “일본정부가 죄를 무겁게 인식해 솔직하고 책임있는 대응을 취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은 아베 총리는 진퇴양난의 당혹감 속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납치문제는 그야말로 현재진행형의 인권문제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렇지 않다”며 “두 문제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가 24일 ‘아베 신조의 딴소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미국 신문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대응이다.
일본 정부가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한 미 정부의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게 자칫 미일동맹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아베 총리는 일본의 사활이 걸려있는 미일동맹과 정치적 기반인 보수ㆍ우익, 또 아시아외교 개선이라는 자신의 업적 사이에서 삼각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수ㆍ우익성향의 입장을 취해 왔던 아베 총리는 지난해 총리 취임 이후 ‘애매한 전략’을 내세워 이를 극복하려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1993년의 ‘고노(河野)담화’를 계승하지만, 고노담화가 위안부에 대한 국가나 군대의 강제성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4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고노담화 계승론’으로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당의 추궁과 자민당내 보수ㆍ우익 세력의 견제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할 처지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역사 왜곡 및 축소 작업을 선도하고 있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 부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일부 부모들이 딸을 팔았던 것으로 본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연일 국가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은 우익 세력의 의중을 강하게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사히(朝日)신문은 27일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료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여성기금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모집에 정부가 직접 관여한 자료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해서) 일본군 위안부 자체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지적으로 성실하지 않다”고 “일본군 위안부의 징집명령에 관한 구 일본군의 자료는 처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