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치권 내 반대 목소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이 26일 한미 FTA 반대 단식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27일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과 무소속 임종인 의원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범여권과 민노당 사이의 ‘반 FTA 개혁 연대’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나를 밟고 가라”며 협상의 차기 정부 이월을 주장했던 김 전 의장은 이날 “직전에 집권여당 의장을 지낸 인사의 단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마음이 무겁지만 국민을 밟고 가는 건 차마 용납할 수 없다”고 단식에 돌입하는 심경을 밝혔다.
앞서 김 전 의장과 신기남 이미경 우원식 이경숙 의원 등 우리당 의원 10여명은 간담회를 열어 “정부는 협상 체결 전에 헌법상 체결 동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 동의와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의 제 정파에 소속된 반 FTA 인사와 민노당이 공동행보를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이날 천 의원에게 연대를 제안했고, 천 의원은 민노당의 국정조사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찬성론이 우세한 한나라당에서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됐다. 일부 농어촌 출신 의원들에 이어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한미 FTA 협상 비판론이 표출됐다.
우리당에선 찬반 논란이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지도부가 협상의 마지노선을 담은 성명서를 한미 양국 협상단에 전달하려 했지만, 서명자가 42명에 그친데다 반대론자들이 “당내 공감대가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한편 참여정부에서 각각 통일부장관과 문화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정동채 의원과 통합신당모임 소속 김한길 의원 등이 단식 농성을 하는 김 전 의장 등을 격려ㆍ위로하기 위해 국회 본청을 방문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와 만나 “협상 시한과 내용에 대해 미국 정부가 융통성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범여권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해온 그의 주문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한미 FTA 반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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