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 문학동네"꽃에 바친 시간이 참으로 길다"
3월 말, 봄꽃은 이번 주에 절정을 맞는다. 진해 군항제는 성급하게 개막했다가 이상 기온으로 벚꽃망울이 터지지 않아 울상이라 하지만 곧 서울에도 꽃 소식이 들려올 테다. 소설가ㆍ시인 윤후명(61)은 해마다 봄을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을 “낙타를 타고 천축 땅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봄 소식은 그렇게 ‘낙타 걸음’으로 오고, 꽃 소식은 ‘아기 걸음’으로 북상한다.
“꽃에 바친 시간이 참으로 길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문장가인 윤후명의 이 산문집은 “학창시절에는 문예반이 아니라 원예반이었고, 시인ㆍ소설가가 아니라 식물학자가 꿈이었다”는 그의 지극한 꽃 예찬이다.
책 뒤에 실린 서울 종로5가 야생화 꽃장수의 “10년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드는 저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소설가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는 발문이 아니더라도 그의 꽃 사랑은 유별나다.
책에는 사계절 피고 지는 꽃 100여 가지에 얽힌 사연이, 식물학적인 지식과 아름다운 시편, 국내 땅은 물론 몽골 둔황 카자흐스탄 터키에 이르는 여행경험과 함께 담겨 있다. “꽃은 우리를 뇌쇄시키려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몸짓이다.”
곧 하동과 구례에서는 박목월이 ‘노랗게 흐느끼는’ 꽃이라 한 산수유가 몸을 열 것이다. 이맘때면 늘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洞口)> 도 떠오른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선운사>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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