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소득 증가에 비해 각종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축률이 10년 전의 7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한국은행 자료가 나왔다. 1997년 23.2%였던 개인저축률이 지난해 3.5%로 급락했다는 것이다. 투자재원이 절대 부족했던 개발시대가 아닌 만큼, 저축률 하락이 소비지출 확대나 생산과 고용의 증대로 이어진다면 긍정적 측면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개인의 금융채무가 작년 하반기에만 10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는 또 다른 자료와 겹쳐 보면 '가계발 유동성 위기'까지 우려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계의 씀씀이 증가 속도를 수입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연 평균 5.5%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주거비 교육비 등 지출은 평균 6.9% 증가했다.
저축률이 급락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세금과 건보료 등 비소비 지출이 급증한 데다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기피하는 현실이어서 저축률 하락의 부담이 고스란히 가계로 되돌아오는 현실이다.
동전의 반대쪽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빚이 있다. 지난해 말 개인의 금융채무는 모두 671조원으로 1년 새 11%나 급증했고 1인당 빚도 1,387만원에 달했다.
경제규모 확대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계층별 소득 및 저축의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럽다. 고소득 계층의 저축률은 10년 동안 30%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ㆍ저소득층의 가계수지는 10%대의 적자로 떨어졌다.
저축률 추락의 원인으로는 소득 정체 외에 과도한 집 장만 비용 등이 지적되는데,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거나 집값버블 붕괴 등의 충격까지 가해지면 가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위험성이 크다.
5% 미만의 저축률로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대부분은 10% 이상의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과 소비의 균형점을 놓치지않는 정책만이 투자-고용-소득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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