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를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허종 주 쿠웨이트 북한대사와 만났다. 사바 알 아흐메드 쿠웨이트 국왕은 노 대통령을 위해 국빈만찬을 베풀면서 아시아지역 대사들을 초청했는데 허 대사가 참석한 것이다. 허 대사가 이 모임에 온 것은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해빙 기류를 맞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허 대사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오랫동안 근무했고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상 때 북측 대변인으로 참가해 우리에게 낯익은 얼굴이다.
노 대통령은 만찬장인 바얀궁의 대형접견장에서 사바 국왕과 함께 참석자들을 영접하던 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입니다”고 소개하는 허 대사와 조우했다. 노 대통령은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아하, 반갑습니다”고 말한 뒤 악수했다. 허 대사도 “대단히 반갑습니다”고 인사했고 노 대통령은 “가시거든 전해주세요. 진심으로 합니다”고 말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진심으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전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이어 “당초 허 대사는 참석 여부가 불확실했으나 행사 1시간 전쯤에 만찬장에 왔다”며 “만찬 전 허 대사가 온 사실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빈만찬에는 외교사절을 초청하는 것이 관례로 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멕시코 국빈방문 당시 만찬장에서 서재명 주 멕시코 북한대사와 만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가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동포간담회에서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친북이 아니라 종북(從北)”이라고 비판했다.
쿠웨이트=이동국 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