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가 고유 모델로 자동차를 개발해 수출한다고? 말도 안돼.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1974년 7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연간 5만6,000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을 지어 독자 모델의 승용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GMK(대우와 GM의 합작법인)의 수석 부사장이 코웃음을 치며 한 말이다. 그러나 2년 후인 1976년 현대차가 내놓은 포니는 GMK의 카미나와 기아차 브리사를 제치고 내수 시장의 43%를 장악했고, 아프리카와 중동에 약 1만대를 수출됐다.
#2. 2000년 7월 어느날 새벽.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 정 회장이 말했다. “아무래도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지어야 겠어.” 참석자 모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 자동차 업체가 모두 각축을 벌이는 미국에, 그것도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다니.
그러나 정 회장은 불안에 떠는 임원을 독려, 미국 앨라배마에 연산 30만대 공장을 지었고 2000년 2%였던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말 4%중반으로 상승했다.
2001년 순이익(법인세 차감전 기준)이 1조6,660억원을 기록하면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뒤 줄곧 그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도 1967년 설립 당시에는 미미한 존재였다. 미국 포드의 단순한 한국 현지 조립공장 수준에 불과했다. 합작 비율도 현대와 포드가 각각 21대79로 포드가 우월적 입장이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조차 희미했던 현대차가 40년만에 세계 6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 것은 회사가 망할 정도로 엄중한 위기를 언제나 정면으로 돌파, 도약의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세계 6위’ 현대차를 가능케 한 정면돌파의 대표 사례로 ▦포드와의 합작 청산 ▦독자모델 개발 ▦해외 생산체제 구축을 꼽고 있다. 합작 청산과 독자모델 개발을 통해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면, 1998년 이후 터키, 인도, 중국, 미국, 유럽에 잇따라 해외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리딩’ 업체로 부상했다.
현대차는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이후 글로벌 리딩 업체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해가고 있다. 2001년에는 싼타페가 미국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일류 자동차 회사를 향한 행보가 더욱 빨라졌고, 2003년에는 정 회장이 ‘글로벌 환경경영’을 선포해 단순한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환경보호를 통해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윤리적 기업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2003년에는 연간 수출 10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2004년에도 세계 최단기간 수출 누계 1,0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은 품질 지수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 시장에서 2년 연속 JD파워 소비자 만족도 1위(2002년 단독ㆍ2003년 공동)를 기록한데 이어 2004년에는 신차 품질평가(IQS)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006년에도 포르쉐, 렉서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는데,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순위에서는 1위에 올랐다.
신차 품질뿐만 아니라 내구품질에서도 비약적인 상승을 기록, 현대차의 수익창출 능력이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발표한 내구성 조사 결과를 통해, 현대차의 순위가 전년 대비 6계단 상승한 7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현대’, 외국에서는 ‘현다이(HYUNDAI)’로 통하는 회사의 이름 값도 크게 매년 눈부시게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객관적 품질에 비해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브랜드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일련의 ‘브랜드 경영’ 활동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브랜드 평가 기관인 인터브랜드가 비즈니스위크와 함께 선정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 2년 연속 선정됐다. 브랜드 가치도 2005년에는 35억달러로 84위에 머물렀으나, 2006년에는 41억달러의 평가가치로 전년보다 9계단 상승한 75위에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구축한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과 함께 디트로이트 기술연구소,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 및 주행시험장 등을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차는 세계 속에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한편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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