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에게 2007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까지가 재도약을 위한 역량 비축 기간이었다면 올해부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나설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수 기업 ‘한화’가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 세계라는 무대에 본격 도약하는 원년인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10월 김승연 회장의 ‘철새 경영론’에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창립 54주년 기념사를 통해 “10년후에도 우리가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며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몇 년째 답보 상태인 실적과 이익을 올리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말이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영’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이미 그룹 심볼과 로고도 전면 교체, 사실상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화 글로벌 전략 회의’는 달라진 한화, 달라질 한화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김 회장은 한화의 글로벌 경영 구상을 위해 일본과 동남아를 순방하다 1월30일 방콕으로 그룹 주요 임원 50여명을 긴급 호출한 뒤 이날 오후2시부터 이튿날 새벽5시까지 무려 15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김 회장은 식사까지 도시락과 야참으로 대신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화는 이 회의를 통해 해외사업 추진 6대 실행 테마를 수립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에 글로벌 경영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팀을 구성하고, 각 사별로 진출 가능한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사업 검토를 시행키로 한 것도 이날 회의 결과이다. 또 현재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11년에는 적어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정한 것도 성과였다.
한화는 이어 기존 사업의 역량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미래 수익성이 있는 해외 사업체의 인수ㆍ합병(M&A) 또는 선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사 별로 보면 먼저 ㈜한화는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 및 보잉 787기 부품 공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고부가가치형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한화는 또 자동차 에어백용 핵심 부품인 인플레이터의 중국 시장 진출도 모색키로 했다. 한화건설 역시 주택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 미주 및 아프리카 부동산 시장 개발과 중동 지역 플랜트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한화석유화학은 나노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에 적극 힘쓰는 한편 사업부문과 관련된 해외 업체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한생명도 중국시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중국 보험시장 진출을 추진키로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매출 24조원, 순이익 1조원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2004년 매출 20조4,000억원, 순이익 1조8,000억원의 성적과 비교하면 다소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주력 사업군의 업황이 악화한 영향이 있지만 앞으로는 그룹의 체질을 개선, 어떤 상황에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는 그룹 전체로 매출 26조원, 순이익 1조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이다. 나아가 앞으로는 그룹 단위 아닌, 개별 계열사가 순익 1조원을 내는 진정한 ‘1조 클럽 멤버십’을 향해 뛰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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