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을 며칠 앞두고 열린우리당 천정배 김근태 의원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지금까지의 협상이 졸속 밀실 협상이었다면서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권 출범의 주역이자, 법무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및 당 의장을 지내 실세들로 불리우던 사람들이 정부가 내세우는 최대 역점 정책에 대해 극한 반대를 하는 것이다. 이들 뿐 아니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의장 역시 반대 입장을 언명한 상태다.
국익을 위한 FTA 찬반 논쟁은 얼마든지 치열할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둘러싼 각 정파와 주자의 입장은 가장 선명한 이슈가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 사람처럼 여권 출신 지도급들이 반대의 선봉을 자처하는 모습을 단순히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 논란 선상에서 봐 주기에는 흔쾌하지 않다.
단식이라는 강경 행동으로 나서기 이전 이들은 노 대통령과 보다 나은 관계를 갖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어떤 입장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매우 희미하다.
때문에 비록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한다고 하나 이제 와서 협상 자체를 저지, 전복시키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얄팍한 처신으로 비친다. 협상이 정치적 단계의 막바지 피치를 올리는 시점에 단식과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을 동원한 데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범 여권은 탈당이니, 통합이니 혼란 속에 지지를 잃고 표류하는 중이다. FTA 문제가 범 여권의 결집이나 정치적 이득의 소재로 활용될 소지도 크다.
이상한 때에 느닷없는 단식이 바로 선거용 이벤트로 의심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TA를 두고 아무리 격렬한 논쟁을 벌이더라도 결코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정치적 악용이다. 하지만 마치 선명성 경쟁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두 의원의 단식은 이미 알 만큼 다 아는 속보이는 행위다.
정권의 창출과 집권 기간을 주도했고, 대선 주자를 자처한다는 사람들이 시류와 세력에 편승하려는 모습이 보기에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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