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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이번 앨범 잘 만들려고 술 담배도 끊어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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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이번 앨범 잘 만들려고 술 담배도 끊어 봤죠"

입력
2007.03.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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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하나. 2003년초 경기도의 한 스튜디오. 8집 <제비> 뮤직비디오 촬영장 한 쪽에 떡 하니 술상이 놓여 있었다. 부침개 안주에 소주.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찍고, 술상으로 다가와 한 잔 털어넣고. 스태프에게 “자, 한 잔 하면서 하자”라며 ‘취중 촬영’을 조장한다.

기억 둘. 2005년 봄 미국 LA 한국일보 주최 헐리우드 보울 공연을 두시간 앞두고 나타나 “나 어제 술 많이 마셨어”라며 허허 웃는다.

연예계의 소문난 주당 김건모(40) 이야기다. 단편적인 기억만 더듬어도 그는 늘 술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최근 그와의 만남 역시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김건모의 단골술집에서다.

안재욱 차태현 이재훈 등과 자주 어울린다는, 그들의 아지트격인 소주집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앉자 마자 “여기 소주부터 주세요~”라고 외치곤 “음악 먼저 들어봐! 자!”라며 넉살 좋게 지난 16일 발매를 시작한 자신의 11집을 건넨다.

안주도 없이 소주부터 들이킨 김건모는 워낙 술을 못 마셨지만, 대학시절과 군복무 시절 주량이 늘었다고 했다. 많든 적든 술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김건모가 지난해 술을 끊어 봤단다. 10집 앨범이 미국의 아티스트 레이 찰스에게 영감을 얻어 지나치게 음악성을 내세웠던 탓인지 대중의 사랑에 목말랐다.

‘이번 앨범은 대중에게 사랑 받도록 만들어 보자’며 술도 끊고 심지어 담배도 손에서 놨다. “술을 끊었더니 노래가 안 됩디다. 늘 하던 대로 소주 왕창 마시고 노래 하니까 노래가 나왔어요. 계획대로 해서는 안 되는가 봐요. 공연도 잘 하고 싶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봤더니 막상 저녁 공연시간이 되어서는 졸려서 혼났지 뭐에요.”

김건모의 결론. ‘살던 대로, 하던 대로 살자’. 마음을 편하게 먹고 알던 사람 챙기고, 즐겁게 작업을 했다. 윤일상 황찬희와 함께 직접 자신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2004년 9집 앨범을 내놓으며 방송중단도 선언했었지만, 조금 길을 돌아왔을 뿐 김건모는 1992년 이후 가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사실 김건모처럼 댄스 발라드 레게까지 두루 소화하는 가수도 흔치 않다. 발라드에선 애절하기 그지 없다. 댄스곡에서는 개그맨 뺨친다. 혹시 까만 피부도 타고난 것인가 싶은 착각이 들 만큼 레게도 흑인처럼 소화해내곤 한다. 이번 타이틀곡 <허수아비> 는 소주를 많이 먹고 걸쭉한 소리로 부른 발라드 곡이고, 가장 자신의 이야기와 흡사하다고 생각하는 <반성문> 은 술을 먹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발랄하게 부른 곡이다.

<반성문> 뿐 아니라 테크노 댄스곡 <한량> , 조PD가 피처링한 등 지난 앨범에 비해 밝은 곡들이 많다. 김건모는 미리 준비하지 않고 녹음실에서 곡을 바로 받아 그야말로 ‘필’(feel)’이 꽂히는 대로 부른다. 녹음하는 날의 컨디션과 분위기에 맞는 곡으로 부르면 그만이다. “슬픈 노래를 부를 때 눈물도 가끔 흘려요. 그러면 안 되는데.”

“왜요?”라고 묻자 “눈물을 흘릴 듯 말 듯 잔잔히 노래해야 해요. 그게 더 슬퍼요. 생각해봐요. 내가 눈물을 흘려 버리면 팬은 눈물이 안 나요. 슬픔이 반감되죠.” 이 사람, 술만 좋아하는 허허실실이 아니구나. 타고난 광대라고나 할까. “영화배우로 치자면 찰리 채플린 같다”고 하자 반색을 했다. 웃으면서 찡한 감동을 주는 찰리 채플린이야말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고 했다.

김건모가 이번 앨범 중 눈물을 흘린 곡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리메이크 곡이다. “술 먹고 한 번 불러봐요. 농담이 아니고 정말 슬퍼요. 내가 이 곡을 리메이크하자고 마음 먹었을 때는 100번도 더 불러본 뒤였어요. 원곡에서 기타만 피아노로 바꾸고, 현을 넣자고 했어요. 최대한 원곡을 살려봤어요. 제일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이재원 기자 jj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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