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를 계기로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나’형에 지원하는 ‘교차 응시’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응시자가 적으면 해당 등급의 비율이 낮아져 불리하다는 등급제의 속성 탓에, ‘가’형 수험생의 ‘나’형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수험생들 사이에 돌고 있는 것이다.
자연계 학생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험 범위가 좁고 문제가 비교적 쉬운 ‘나’형을 선택해 교차 지원이 가능한 대학의 자연계열 학과로 진학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
실제 2005학년도 수능에서 71%대였던 ‘나’형 수험생 비율은 2006학년도 73%, 2007학년도엔 76%까지 올랐다. 올해 처음 실시된 3월 전국평가 시험에선 67%에 그쳤지만, ‘줄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경호 신일고 3학년 부장교사는 “자연계 중위권 학생만 놓고 볼 때, 절반 정도는 6월 모의 수능 평가나 여름방학을 전후해 ‘가’형에서 ‘나’형 응시로 마음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여전히 자연계열 지원을 ‘가’형 응시자로 제한하고 있지만, 중위권 및 지방 대학 중엔 교차 지원을 허용하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는 미적분도 모르는 신입생이 들어오는 등 ‘학력저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정영수 여의도고 교사는 “대학이 자연계 학생을 뽑아 제대로 공부시키려면 당당히 ‘가’형 수험생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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