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더라도 협정문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검증 및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부ㆍ국회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
반면 미국은 협정문에 대한 미 무역위원회(ITC)의 총체적인 평가보고서와 30개 분야별 민간 자문위원회의 평가보고서가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되지 않으면 절차 위반에 해당해 국회 비준이 불가능한 강력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 통상법에 따르면 미국은 대통령이 협정 타결 사실을 의회에 통보하는 것과 동시에 독립기구인 무역위원회와 30개 자문위원회가 협정문 검토에 착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협정이 전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며, 30개 자문위는 분야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협정의 문제점이 낱낱이 파헤쳐져 의회 비준 여부, 재협상 여부 등을 정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협정문에 평가보고서가 첨부되지 않으면 미 의회는 ‘절차 위반’을 이유로 협정 내용을 살펴보지도 않고 비동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4년부터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나 의회에 이 같은 민간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제도화해 있지 않다. 정부 훈령으로 ‘FTA 협상을 진행할 때 민간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정도만 명시돼 있을 뿐인데, 그나마 강제 사항도 아니다.
사실상 협정 타결 후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될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미국은 자문위 검토 기간(30일)을 포함, 협정 타결후 약 4~6주후 협정문을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인데, 별도의 일정이 없는 한국은 미국의 공개 시점에 맞춰 협정문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FTA 타결 후에도 영구적으로 양국 통상장관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와 분과별 상설위원회를 운영하게 된다.
협정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한미 양국에 모두 필요한 채널이지만 FTA로 인한 개방 폭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큰 한국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미국의 간섭을 받게 되는 기구가 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또 공동ㆍ상설위원회를 통해 ‘빌트인’(built-inㆍ미합의 쟁점 추후 협상) 방식으로 분류될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투자자-국가간 소송이나 비위반제소(협정 위반이 아니어도 기대이익이 침해될 경우 제기할 수 있는 국제소송) 등 한미FTA에 따른 법적 분쟁 해결 등 큰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민간 씽크탱크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김종훈 대표는 26일 브리핑에서 “FTA 협정문에 대한 비준이 이뤄져도 ‘이것이 마지막이고, 이제 더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공동ㆍ상설위원회를 통한 협정 수정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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