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하체 마비까지 겪었던 50대 남성이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지도자로 변신했다.
전북알코올상담센터 반병호(55) 사회복지사는 지금은 알코올 센터와 병원, 보호관찰소 등을 오가며 알코올 중독자를 위해 강연을 하고 있지만 정신병원과 노숙 생활을 반복했던 중독자였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그는 거의 매일 소주 5병 이상 마시다 보니 하체가 마비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정신병원을 10여차례나 들락거렸다.
구제불능이었던 반씨는 어느날 혼수상태에서 “살아나서 또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할거냐. 이 인간 없으면 애들이랑 나는 잘 살 수 있다”는 부인과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금주를 결심했다. 그는 술을 끊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했다. 중국까지 술 끊는 약을 구하러 갔고 똥물을 마시기도 했으며 자살도 여러 번 기도했다.
2001년 2월 경기 가평 운악산에서 금식 기도를 하다 만난 한 스님에게서 “욕심이 많아서 자꾸 술을 마시는 것이다. 아직 가진 게 너무 많다”는 충고를 듣고 중독자를 위해 일하기로 작정했다. 그 길로 하산한 반씨는 충남 대천에 ‘알코올 문제 연구소’라는 간판까지 내걸고 다른 중독자들을 위해 일하기로 시작했다. 이듬해는 한국디지털대학에 입학, 사회복지학도 전공했고 지난해 실습을 나왔던 전북알코올상담센터에 취직했다.
“전북 정읍에 알코올 중독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자녀들을 위해 쉼터 내에 유아 시설도 만들 작정이고요. 그래서 유아교사1급 자격증도 땄습니다.”
술을 끊은 지 8년째인 반씨는 지난해 2월부터 10여명의 알코올 중독자로 구성된 단주모임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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