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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코스모스(The Cosmos)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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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코스모스(The Cosmos) 下

입력
2007.03.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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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공간’인 우주를 탐험하는 지적 존재는 과연 인류뿐일까? 인간만이 고등한 기술을 갖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까?

외계인과의 만남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환상’이다. 그러나 소수지만 어른이 돼서도 이 꿈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스모스> (The Cosmos)의 저자 칼 세이건은 조바심 치며 외계인과 조우를 고대하는 아이와도 같다.

세이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컨택트> 에는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오는 전파신호를 수신하고자 하는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프로젝트(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가 나오는데, 세이건은 물론 SETI의 지지자다. 우주의 크기와 나이, 행성이 만들어질 확률, 생명체가 진화할 확률 등을 곱해보면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없을 리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파는 외계의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인 동시에 인간의 존재를 외계에 알린다. 지구에서 유래한 전파신호는 빛의 속도로 전 우주로 퍼져나간다.

세이건은 언젠가 외계 문명이 해독할지도 모를 인간의 TV 전파를 우려하기도 한다. 인류라는 존재는 고작 아무 생각 없는 광고, 끊임없는 국제 분쟁, 지지고 볶는 가정사에 얽매여 산다니… 도대체 외계 문명인이 인류를 뭘로 보겠는가.

외계 생명체의 모습이 지구인과 닮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러 유기체에 분산 존재하는 지적 개체’ 같은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인간처럼 상온에서 전기신호를 주고받는 뉴런(신경세포)이 아니라 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소자 뉴런을 가진 외계인이라면, 그들은 1,000만배나 빠른 속도로 생각을 하고, 동떨어진 뉴런끼리도 전파를 주고받을 것이다. 그래서 분신들이 (심지어 여러 행성에) 흩어져 존재하면서 하나의 총체적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고 여긴다면 우주적 시야에 걸맞은 윤리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고래와 같은 지구의 지적 생물을 저잣거리에서 파는 물건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고래와 돌고래는 사람만큼이나 다채로운 언어를 구사한다. 긴수염고래는 20㎐의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처럼 낮은 주파수는 바다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아 지구 정반대편의 고래와도 대화할 수 있을 정도다.

수천만년동안 전지구적 통신망을 구축하고 살아온 고래들은 최근 100~200년 사이 인간이 띄운 증기선의 잡음으로 말미암아 교신영역이 수백㎞로 제한됐다. 게다가 유일한 천적인 인간의 포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세이건은 “외계의 지적 생물과 교신에 그토록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지구의 지적 생물과는 왜 교신하려 노력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할 때가 온다면 역시 화성 생명체의 권익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화성에 생물체가 있다면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둬야 한다”고 세이건은 말한다. 이웃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계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화성의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우주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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