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재판과 선거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하에서 재판과 선거 사이에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재판이라는 것을 간단히 정의하면 국가 속에 발생한 민ㆍ형사 등 분쟁을 해결하는 강제적이고, 최종적인 분쟁 해결방식이라 할 수 있다.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국민에게 분쟁으로 인한 쓸데없는 고통을 줄여주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 판결은 과거와 미래 아울러야
그러나 재판제도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재판이 대부분 과거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므로 과거지향 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판결을 하는 법관들은 과거 사건에 대한 판결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하여 판결 속에서 미래지향적 향기를 넣어주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의 확정과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의 인정여부에 따라 판결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법률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관의 한계이나, 구체적 사건과 관련하여 보면 완벽한 해결방법이 아니다. 법원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판결 외에 분쟁 해결방식인 재판상 화해, 조정 등을 강조하여 맹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머리를 싸맨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원칙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선거이다. 선거는 과연 무엇일까? 민주주의 사회는 가치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이 선거가 아닐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치의 충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치의 다양성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다면, 가치 충돌의 혼란에 빠지게 되어 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치 충돌을 인정하지만 일정한 주기(週期)를 통하여 가치의 큰 흐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민주사회의 가치의 큰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가 바로 선거다.
또한 선거는 국민이 다수결 원칙을 통하여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선출하는 행위로서, 국민 스스로 주인임을 선언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의식인 것이다. 따라서 선거는 가치의 분열이 아닌, 가치 통합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주인이 자신에게 봉사할 집사를 뽑는 행사이므로, 국민 자신이 펼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수결 원칙을 통하여 국민에게 다수의 득표를 받은 자가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 등에 주어진 권한의 전부를 행사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주인인 국민에 봉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투표한 일부 국민 또는 정당에 충성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약간 납득이 가지만, 이것도 일정한 재량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선거로 선출된 자는 국민 전체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또한 선거를 통하여 나타난 국민의 의사는 대통령, 여당, 야당 등의 국민에 대한 활동을 지켜보면서 항상 변하는 것이고, 지금도 변하고 있을 것이다.
● 보수ㆍ진보 충돌도 민주주의
인류 역사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 충돌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큰 테두리에서 보면 자유를 대변하는 것이 보수이고, 평등을 대변하는 것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올해도 우리는 자유와 평등, 보수와 진보의 대격돌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너무 백안시 할 것은 아니다. 가치의 충돌 자체가 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진보는 보다 중도적 가치를, 보수는 보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였으면 좋겠다.
또한 국민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이고 맹목적인 가치 추구보다는 국가가 부강하고, 국민이 잘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할 리더를 선택할 마음의 준비를 확실히 하여야 한다.
정영환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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