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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복제연구 제한적 허용…과학계 "건강한 난자 구할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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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복제연구 제한적 허용…과학계 "건강한 난자 구할길 막막"

입력
2007.03.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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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가생명위)는 23일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과학계와 윤리계 양쪽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과학계는 “말만 허용이지 사실상 연구는 어렵다”는 볼멘 목소리이고, 종교계는 “과학 육성에 밀려 난자기증의 부작용을 벌써 잊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과연 제한적 허용 이후 체세포 복제연구는 가능한 것인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연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찬반 양론 어떤 내용

체세포 복제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여성의 난자다. 이번에 결정된 ‘제한적 허용’이란 연구에 필요한 난자의 대상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의미다. 즉 연구 목적의 난자 기증은 사실상 금지됐고, 대신 불임 시술용으로 채취한 난자나 부인암 등 치료 목적으로 적출된 난소로부터 남은 난자(잔여난자)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체세포 복제 연구자들의 반발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병원의 정형민 줄기세포치료연구소장은 “불임시술에서 수정되지 않은 난자는 정상이 아니기에 수정이 안 된 것이고, 적출된 난소도 질병이 있어 제거한 것인데, 이처럼 건강하지 않은 난자로 어떻게 복제를 하느냐”며 “이번 결정은 연구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사람의 복제배아가 배반포 단계까지라도 만들어진 것은 모두 채취 직후의 신선한 난자를 사용한 것이었다.

신선한 난자가 복제연구 성패의 관건인 만큼 부작용의 소지도 안고 있다. 국가생명위가 이번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동시에 정자ㆍ난자 기증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한 ‘생식세포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한 것도 황우석 사태에서 난자 매매, 기증자의 건강 침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가생명위의 윤리계 위원들은 23일 표결에 불참. 제한적 허용안 결정에 항의를 표시했다.

●어떤 난자로 연구 가능한가

잔여난자가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국가생명위 산하 배아연구전문위원회의 권혁찬(메이저병원 부원장) 위원은 ‘잔여난자’ 범주를 5가지로 설명한다. ①나중에 수정시키기 위해 동결시킨 난자 중 수정하지 않고 폐기할 난자 ②미성숙하거나 퇴화해 수정에서 배제한 난자 ③수정에 실패한 난자 ④불임시술을 위해 기증했으나 공여대상을 찾지 못한 난자 ⑤적출된 난소에서 채취된 난자이다. 생명윤리법 시행령에는 이 5가지 기준이 적시될 전망이다.

이 중 정 소장이 “건강상 문제로 연구에 부적합하다”고 말한 경우가 ②와 ⑤다. ③도 일단 수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면 이미 체외에서 24시간이 지나 난자의 수명이 다한 데다 정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면 ④의 경우는 문제 없이 좋은 난자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그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①의 경우엔 연구를 해봐야 안다. 권 위원은 “최근 초자화유리동결법(vitrifidation)이라는 난자 동결기술이 발전했고 세계적으로 배아의 동결보존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결 난자로 복제연구 성과를 낸 적이 없어 가능성이 미지수다. 난자는 크기가 크고 수분이 많아 동결보존이 매우 까다롭다.

결국 연구자들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난자는 공여 난자와 동결 난자이다. 분명 수적으로 제한적이다. 앞으로 황우석 박사와 같이 수천개의 난자를 사용하는 연구팀은 나오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신 이를 엄격히 지킨다면 난자 기증여성의 건강침해 문제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어떻게 진행되나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연세대 의대 교수) 단장은 “일단 연구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둔다”며 “당장 치료용 줄기세포를 만드는 게 가능하진 않지만,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만들어 질병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등 연구할 여지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복제배아를 직접 생성하는 것은 복지부에 연구기관으로 등록한 기관에 한해 가능하다. 이미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분양 받아 연구하는 자격이 이번 개정에서 완화됐다. 현재 차병원팀이 복제배아 연구를 가장 앞서 주장하고 있다. 차병원은 경기 판교에 대규모 줄기세포연구센터 건립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재생의학연구소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연구비를 받아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제기술을 가진 연구자들이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황 박사가 동물복제에서 출발해 인간 줄기세포 연구로 선회했듯이 동물복제기술과 난자 공급이 결합하면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해진다.

연구자들은 난자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 수천개가 아닌 수십개의 난자에서 배반포, 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하므로 치밀한 연구계획과 기초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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