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생한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지진은 6,400명의 희생자를 낸 1995년의 한신(阪神)대지진에 버금가는 충격이 몰아쳤지만 인명 피해가 적었고, 일본 사회의 오래 염원인 지진예측 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히터규모 7.0, 노토에 진도 5 이상’. 진도 6의 강진이 급습한 노토마을에는 이 같은 ‘긴급지진속보’가 날라 들었다. 강력한 지진의 충격이 도달하기 5초 전이었다. 일본 기상청이 대지진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긴급정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지진이 발생하면 초속 약 7㎞의 초기 미동인 P가 먼저 발생하고, 이후 충격을 동반하는 S파(초속 4㎞)가 나중에 도달한다.
기상청의 지진 예보는 P파를 가능한 한 빨리 포착해 지진 도래지역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S파와 P파의 시간차가 너무 작아 한계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으로만 간주됐던 지진 예측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는 크다.
일본 기상청은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 지진 발생으로부터 1분 40초 후에 쓰나미경보를 발표했다. 통상 4분 보다 2분 이상 단축한 것으로, 주민들을 여유있게 대피시킬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부터 지진예보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인 기상청으로서는 좋은 실전 경험이었다. 기상청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철도와 병원 등 400기관을 대상으로 예보시스템을 시험운용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600여채의 가옥ㆍ건물들이 전파ㆍ반파하는 등 해당지역에서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200여명으로, 지진의 규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일본 사회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구축해 온 지진 대응시스템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26일 리히터 규모 6.9를 기록한 이번 지진에 ‘2007년 노토반도지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상청이 개별 지진에 이름을 부여한 것은 67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니가타(新潟ㆍ2004년)지진 이후 처음이다. 기상청은 “앞으로 3일 이내에 진도 5, 지역에 따라서는 진도 6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들이 여진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지진과 관련, 일본 국토지리원은 노토반도 서부 지역의 지반이 약 25㎝ 바다쪽으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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