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대학생 명모(23)씨는 지난해 뜻하지 않게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자신을 위해 교육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명씨 아버지가 1983년 12월에 가입해 85년 4월 사망시까지 납입한 보험료는 22만원. 하지만 명씨가 손에 쥔 보험금은 800만원이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명씨 가족은 보험료를 더 붓지 않아도 만기 시 약속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납입면제’ 혜택을 받은 것이다.
뜻밖의 사고에 대비해 드는 것이 보험이지만 갑작스러운 불행을 당해 처지가 어려워졌을 때 보험료를 계속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보험사들은 ‘보험료 납입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 가입기간 중 암 발병이나 대형사고 같은 특정 사고를 당해 더 이상 보험료를 내기 어렵게 됐을 때 남은 기간의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특정 사고’의 기준은 상당히 엄격하다.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크고 작은 사고로 장해를 당한 경우 합산 장해지급률 50~80% 사이에 해당하면 대부분 납입이 면제된다. 장해지급률이란 신체 부위에 영구적인 장해를 입었을 때 그 장해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느냐를 수치로 환산한 것이다.
이를테면 한쪽 눈 실명은 50%,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으면 25% 식인데, 사고로 한 군데 이상의 장해를 입었을 경우 각각의 %를 합한 것이 합산 장해지급률이다.
보통 합산 장해지급률 80% 이상이면 1급 장애인, 50%면 3급 장애인 정도로 분류된다. 이 밖에 암이나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 중병이 걸렸을 때도 납입면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조건을 확대한 상품도 많다.
대부분의 보장성 보험은 납입면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사망 후 보험금을 받는 게 기본 구조지만 사망 전 큰 사고를 당하면 죽을 때까지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식이다.
치명적질병(CI) 보험이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 보험에도 납입면제 혜택이 많다. 특히 어린이 보험은 보험 대상자인 어린이는 물론, 보험료를 내는 부모가 ‘특정 조건’에 해당될 때도 납입을 면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일부 연금보험 상품도 납입면제 제도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할 때 자신이 어떤 납입면제 조건에 해당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혜택을 받으려면 사고를 당했을 때 바로 보험사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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