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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13> 슈프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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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13> 슈프리마

입력
2007.03.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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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브라질. 이곳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일일이 학생들의 출석 점검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교실 입구에 장착된 지문 인식기에 엄지손가락을 갖다 대면 된다. 한국의 바이오 인식 보안 업체인 슈프리마가 지문 인식기를 보급하면서 달라진 학교 풍경이다.

이 회사 이재원(40) 사장은 “2010년까지 17만 여대의 지문 인식기를 브라질 전역의 학교에 보급해 5,000만 여명의 학생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슈프리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바이오인식 기술을 이용한 제품개발 업체로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분야의 리딩 기업으로 인정 받고 있다.

2000년 창업한 이 회사는 불과 3년 만에 관련 분야에서 최고 업체로 급부상했다. 지문인식 분야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지문인식 알고리즘 세계경연대회(FVC)에서 2003년과 2004년 연거푸 1위를 차지,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슈프리마는 당시 지문인식 기술의 핵심을 이루는 알고리즘을 평가하는 유일한 대회에서 최저 오차율인 3.51%를 기록, 110개 참가 업체 중 1위에 올랐다. 이후 해외 관련 전시회마다 외국계 선두권 업체들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슈프리마가 바이오인식 보안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지문인식기 ‘바이오스테이션’은 1초에 3,000명을 인식한다.

기존 지문인식기들이 초당 1,000명을 알아내는 것에 비하면 3배나 빠르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도 이 기술만큼은 슈프리마를 따라 오지 못한다. 지문 영상의 취득 및 인증처리를 수행하는 장치인 지문인식 모듈은 최근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 일류상품으로 지정돼 그 기술력을 또 한번 인정받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력을 인정 받으면서 슈프리마의 위상은 사뭇 달라졌다. 지문인식 기술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던 세계 각국의 보안회사들로부터 밀물 듯이 러브콜이 몰려왔다.

슈프리마는 현재 80개국의 100여 개에 달하는 해외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격보다는 제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유럽 미국 이스라엘 등 선진 시장에서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수확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실제 슈프리마는 세계 최대 출입통제 그룹인 아사 아블로이(Assa Abloy) 소속의 에쁘에쁘(EffEff)에 출입 통제용 지문인식 모듈 3,000개를 공급했다. 이스라엘의 로슬레어(Rosslare)에는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했으며, 미국 네바다주의 파트너 업체인 베가스벨리를 통해 라스베이거스 인근 호텔과 경찰서에 바이오엔트리 제품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튀니지 최대 통신업체인 오라콤 텔레콤 근태관리 시스템 공급을 통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도 성과도 올렸다.

이 사장은 “지문인식 모듈사업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게 더 쉬웠다”면서 “선진국 업체들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슈프리마는 최근에는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내수와 해외시장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뜻이다. 그 동안 국내는 시장 규모는 작은데도 많은 지문인식 업체가 경쟁해 승산이 없었다. 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지문인식기나 지문인식 모듈이 외면 받았고, 전문적인 영업 인력도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전자여권과 전자주민증 시범 발급, 근로자 훈련관리제 지문인식 도입 등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을 시작했다. 대기업들도 근태관리 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하는 등 내수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시장 규모가 2007년 965억원, 2008년 1,341억원, 2009년 1,715억원 등 매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슈프리마는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의 보안회사에 연간 수 십억원 규모의 지문인식기를 납품하는 계약을 했다. 그는 “정부의 국책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지문인식기의 효율성이 검증되면 향후 그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범죄자 검거를 위한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것이다. 이미 수사기관이 신원조회나 범죄자 검거에 사용하고 있는 AFIS를 빠르고 정확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지문인식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했다. 그는 “현 지문검색시스템은 기본적인 특징에 대한 정보나 분류체계를 기초로 설계된 초기 모형”이라며 “새로 개발한 알고리즘은 이를 보강해 정확하고 빠른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해 2008년 코스닥에 회사를 상장 시킬 계획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 '젊은 회사' 이끄는 이재원 사장

슈프리마의 이재원 사장은 절대로 직원들에게 야근을 시키지 않는다. 업무 집중을 위해 근무시간에 전력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야근에 특근까지 실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항상 직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 직원 25명의 작은 회사지만 기업 문화 만큼은 글로벌 기업 수준이다.

이 사장은 글로벌 수준의 첨단기술 개발과 기업문화 정착이 경영 방침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반. 이 사장과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원들도 평소 사장님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다.

회사가 젊은 만큼 제품 기획도 빠르다. 지난해 개발한 출입통제 단말기가 대표적인 제품으로 직원들이 직접 기획해 제품 개발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컬러 액정과 무선랜을 장착해 시장에 내놓자마자 호평이 이어졌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직원”이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과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연구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젊은 회사를 지향하게 된 것은 이사장 스스로가 직원들처럼 대학 연구원 출신이라 젊은 패기를 선호하기 때문. 그들의 고충과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이 사장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같은 학교에서 전기공학부 박사를 받은 엘리트 출신. 이 사장은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인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종합기술원 지능형 차량 시스템 연구팀에서 나노 퓨전 센서를 개발,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이 사장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신차종에 적용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이런 희망 대신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당시 삼성그룹이 정부 빅딜 정책에 따라 삼성자동차를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회의를 느낀 이 사장은 2000년 5,000만원으로 연구실 직원과 서울대 동기 등 5명과 함께 지금의 슈프리마를 창업했다. 이 사장은 “서울대 인근에서 월세로 사무실로 마련해 조금씩 회사를 키워나가 양재동을 거쳐 지금의 분당 정자동으로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사장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뛰겠다고 다짐한다. 해외 시장과 내수 시장을 모두 석권하는 순간까지 죽도록 달리겠다는 것. 이 사장은 “마라톤처럼 쉬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뛰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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