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12시20분(현지시각) 홍콩 첵랍콕 공항. 공항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날아다니는 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 A380이 계류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40여년간 대형 여객기 시장을 독점했던 보잉 747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에어버스사가 10여년간 개발한 신형 점보기가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비행을 위한 각종 정비를 끝낸 오후 5시 드디어 탑승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게 웬 걸, 탑승구가 오르막길이다. 동체 일부부만 복층인 보잉 747과 달리 A380은 동체 전체가 복층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내에 들어서자 항공기 내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널찍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동체 앞에서 뒤까지 가는 데에만 5분여가 걸렸다. 승무원은 "보잉 747과 똑같은 좌석배치를 한다면 어림잡아 100명은 더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류장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는 동안 바깥을 보니 날개 끝이 주변 건물과 닿을 듯 말듯 아찔하다. A380의 너비가 79.8m로 보잉747(63.4m)보다 15m가량 더 넓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어 비행기가 활주로를 내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창공을 날고 있다. 흔들림이 거의 없어서인지 일부 탑승객은 이륙했는지 조차 모른 채 선잠을 잤다가 뒤늦게 일어나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소음이 심한 날개 부근 좌석에 앉았는데 에어컨 소리만 들릴 뿐 이렇다 할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기내 소음을 측정하던 대한항공 관계자도 "보잉 747보다 소음이 적은 걸로 나온다"고 귀띔했다.
좌석 앞 모니터를 통해 꼬리 날개에 부착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A380의 비행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는 것도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항공기가 안정 고도에 접어들자 주변을 둘러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동체 앞 계단은 너비가 2m 가량이어서 두 사람이 엇갈려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1층 비즈니스석 뒷편으로 접어들자 칵테일 바가 눈에 들어왔다. 탑승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단한 다과와 음료, 와인 등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호텔'이라는 별명의 진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기내 좌석배치와 인테리어는 전적으로 비행기를 인도 받는 항공사의 몫. 항공사는 칵테일 바 이외에 헬스시설 샤워장 쇼핑센터 등 특색 있는 위락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A380의 정상 운항은 싱가포르 항공이 세계 처음으로 비행기를 인도 받는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이 2010년 3월께 도입하기로 돼 있어 인천공항에서 A380을 타려면 약 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이미 14개 항공사에서 166대를 주문한 상태"라며 "해외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대행 비행기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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