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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새 소설 ‘오 하느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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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새 소설 ‘오 하느님’ 출간

입력
2007.03.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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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꼭 살아서 돌아갈 거야. 군대에 갔다 오면 틀림 없이 면 서기 시켜준다 했거든.”사방으로 총탄이 빗발치는 몽골의 대초원. 일본의 전쟁에 끌려간 한 조선 청년은 소련 전차와 맞서 싸우며 힘겨울 때마다 되뇌었다.

조정래(65) 작가가 장편 <오 하느님> (문학동네)을 발표했다. 역사에서 건져 올린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약소국을 향한 강대국의 비인간적 잔혹 행위에 접근한 결과입니다. 단순히 한민족만의 일은 아니에요. 소설의 구체성, 리얼리티를 위해 그렇게 설정한 거죠.”작가가 분단소설에서 탈피, 범 인류적 이야기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나온 첫 작품이다. 격동의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는 영웅의 역사가 아니라, 소문자로 존재했던 개인들의 작은 절규를 따라 간 결과다.

책 속의 사건들은 실제 자료에 근거했다. 그는 “고려인, 중앙아시아인들은 소련에 충성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스탈린이 전쟁통에 끌고 가 죽인 병사 1,000만여명은 자원한 것처럼 꾸며졌지만, 사실상 옥쇄 명령을 받아 죽은 것”고 말했다. 그 중 300만명이 중앙아시아인이다. 현장의 디테일은 작가가 <아리랑> 을 쓸 때 취재했던 덕에 수월하게 쓸 수 있었다.

조선인 일본군으로 소련군의 포로가 된다. 소련군 포로에서 소련군으로, 다시 독일군 포로에서 독일군으로, 그러다 미군 포로로, 결국 패전국(독일)의 협력자이자 승전국 소련의 배신자로 총살당하는 인간. 식민지 조선인이 역사에 휘둘리다 최후를 맞기까지, 작가의 시선은 집요하다.

작가는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운명은 난제 중 난제”라며 “극한에 도달한 슬픔을 계속 천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약자의 슬픔이 전인류적 과제임을 환기하고 강대국의 모순을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그것이 이 곳에 태어난 작가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도다. 정하는 데 7개월 걸렸다는 제목은 특정 종교와는 관련 없다. “영역하면 ‘oh my god’쯤 되겠죠,‘하느님 맙소사’혹은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라는 절망적 절규죠.”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 그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유린하는 것이 역사”라며 “인간은 과연 신뢰할만한 존재인가를 끊임 없이 탐구한 결과”라고 이번 소설을 평가했다.

섣부른 예단을 용납하지 않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작가는 “약소민족의 미래는 암담하다. 단 하루도 허튼 짓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곧 우리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이 될 때까지 강대국과 조화를 이루면서 남북간의 굳건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란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을 완성한 작가에게는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들이 많다.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간이 맹목화하는, 특히 세계화 이후 물신의 노예가 돼 가는 인간의 모습을 우선 보여주겠어요. 다음은 지식인 계층의 허위와 비인간적 행위를 해학적으로 그리고, 그 다음은 예술에 혼신의 힘을 다 하는 예인으로 잡아 두고 있어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신뢰는 굳건하다. 작품의 영화화에 대해 그는 “헤밍웨이는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 감독들에 대해 ‘대가리를 부수고 싶다’고 말했다”며 전혀 관심 없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작가는 “노벨상에 대한 집착은 열등감의 표현”이라고도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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