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실용주의 외교를 펼치며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을 제압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으나 중동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동을 순방중인 라이스 장관은 중동평화 협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팔레스타인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한자리에 모으지도 못하고 25, 26일 이틀에 걸쳐 두 차례나 양쪽을 오가는 ‘중개 외교’를 펼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공동내각을 구성한 압바스 수반과는 직접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올메르트 총리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4개월 동안에 네번째인 이번 방문에서 “‘빅 뱅’같은 엄청난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면서 “문제는 속도가 아니다”고 말해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은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압바스 수반과 올메르트 총리를 순차적으로 만나 이들을 직접 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수 있는 ‘공동 의제’를 마련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라이스 장관은 앞서 26일 실시된 이집트의 개헌안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처음엔 강하게 비판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라이스 장관은 24일 이집트 방문 직전에는 종교정당 설립금지 등을 규정, 대통령 권한 강화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개헌안과 관련, “이집트가 중동의 개방과 다원주의, 민주주의를 선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직설화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집트로부터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25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하고 나서는 “개혁과정은 어렵고 거기에는 기복이 있게 마련”이라며“우리는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개헌을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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