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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카콜라와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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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카콜라와 옥수수

입력
2007.03.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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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2월부터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설탕값이 폭등했다.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2025년까지 중동산 석유수입을 75% 이상 줄이고,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신 에너지 구상'을 내놓은 여파였다. 그는 올해 국정연설에서도 10년 내에 석유 등 화석에너지 소비를 20% 줄이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자동차 연비효율을 높여 5%, 엔탄올 등의 대체에너지와 태양열ㆍ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상용화로 15%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 에너지 연구 및 연료효율 제고에 10년간 16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 그러자 이번엔 '옥수수 파동'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설탕과 함께 에탄올의 주원료인 까닭이다. 현재 미국에선 110개의 에탄올 증류업체가 한해 평균 55억 갤런을 생산하고 있는데, 건설중인 증류시설이 완성되면 4~5년 내에 에탄올 생산량은 114억 갤런에 이를 전망이다. 이 추세가 엉뚱하게 콜라의 맛을 바꿀 날도 멀지 않았다.

CNN머니는 최근 "콜라의 단맛을 내는 주원료인 옥수수 과당시럽의 제조비용이 급증하자 코카콜라가 이를 대체할 농작물을 찾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부터 대부분의 제품에 새 원료를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미국은 인구 3억 명이 하루 세계 석유량의 25%인 2,100만 배럴을 사용하고, 이 중 약 70%는 2억4,000만 대에 가까운 자동차에 의해 소비된다. 13억 인구가 3,000만 대 남짓한 차를 굴리는 중국 등과 비교하면, 지금 전 세계적 의제가 된 지구온난화 논의는 미국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석유업계 등의 지원을 받아 집권한 부시 행정부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규모와 이행스케줄을 규정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줄곧 외면해왔다.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전 세계의 '과학적 합의'를 정치적으로 죽인 것이다.

▦ 하지만 미국을 상징하는 코카콜라의 주원료가 바뀐다는 얘기는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가능성을 넘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오일맨'으로 불리는 부시의 에너지정책 전환도 '2005년 공식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동참은 못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깨닫고 있다'는 메시지를 뒤늦게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의 첨단을 달리는 미국 GE가 이미 사업구조를 에너지와 환경 위주로 전면 개편 중이고, 우리 정부도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에 투자하는 '탄소펀드'를 만들기로 했다는 뉴스의 의미를 기업인들이 빨리 터득할 때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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