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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자작극·허위신고 붙잡혀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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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자작극·허위신고 붙잡혀도 그만?

입력
2007.03.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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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납치 자작극’이나 ‘허위 폭파 협박’신고가 빈발하고 있다.

한 번 방심이 큰 재난을 불러 올 수 있는 사건의 속성상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되지만, 범인을 잡더라도 현행 법규에는 허위 신고자를 처벌할 근거가 미약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경찰에 붙잡힌 정모(44)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의 남편이 불륜 행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위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스스로 납치된 것처럼 꾸며 딸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경찰은 납치 신고를 받고 서울의 6개 경찰서 1,000여명을 동원, 탐문 수사와 납치범 검거에 나섰지만 만 하루 만인 25일 정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씨가 딸을 속인 점을 들어 정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려고 하지만 구속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지만 납치 자작극이나 폭파 협박은 실제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없는 한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허탈해 했다.

19일에도 전직 유치원 교사 고모(34ㆍ여)씨가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애인 송모(34)씨와 짜고 가족을 상대로 거짓 납치 소동을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경찰이 두 사람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공갈)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은 고씨가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점, 송씨는 고씨에게 실질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은 점을 들어 기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허위 폭파 협박 신고도 마찬가지다. 이 달 들어 5명의 피의자가 붙잡혔지만 구속된 사람은 없다.

납치, 협박은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단일 사건이라도 동원되는 인력이 수십~수 천 명에 달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일부 주(州)처럼 거짓 신고자에게 출동 비용을 부담케 하는 등 처벌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허위 신고는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형사법의 공식 적용을 받지 않아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적 낭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법 테두리 안에 이를 수용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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