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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손학규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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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손학규 "이게 아닌데…"

입력
2007.03.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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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6일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춥고 힘들다”고 말했다. “시베리아를 넘어 툰드라 동토로 가서 새 정치질서를 만들겠다”며 한나라당을 떠난 지 일주일 만이다.

실제로 손 전 지사가 처한 환경은 툰드라 동토를 연상시킬 만큼 춥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보다 훨씬 외롭고 초라하다. 여론은 손 전 지사에게 ‘철새 정치인’, ‘대통령 병’ 딱지를 붙였다. 일각에는 “차라리 대선출마를 포기하고 불쏘시개가 되라”는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여론 비판은 각오했지만, 하도 두들겨 맞아서 온 몸에 멍이 들고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탈당 후 지지도 상승 폭도 미미하다. 손 전 지사를 ‘대통령감 1위’로 꼽던 언론과 학계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본인은 탈당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자위할 수 있지만, 초반 기세가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그의 장래를 어둡게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마저 떠나고 있다. 비서실장이던 박종희 전 의원 등은 당 잔류를 선언했고, 최측근인 김성식 정무특보마저 이날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 두문불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 전 지사가 세 규합의 대상으로 지목한 ‘시민세력’이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등 범 여권의 잠재 주자들이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한 정치 분석가는 “손 전 지사가 햇볕정책과 한미FTA를 동시에 찬성하는 한 그와 함께 갈 세력은 우리사회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이런 국면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손 전 지사는 “내가 그리는 정치의 틀은 범

여권을 의식한 게 아니다”며 기존 정치권에 얹혀 가지 않고 독자 세력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시중에 떠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사전교감 설도 일축했다.

손 전 지사는 조만간 제 3지대에서 정치 결사체를 구성해 세를 불린 뒤 정치권 안팎의 인사들을 끌어 모아 판이 큰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누구라도 와서 같이 춤 추고, 겨룰 때는 겨루는 인간 냄새 나는 정치 마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함께 판을 벌릴 세력의 이름을 ‘선진평화연대(가칭)’라고 소개하며 “인간행복을 추구하는 큰 틀 속에 동서, 좌우, 남북을 끌어 안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정의, 법과 원칙이 모두 통용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수구보수와 무능좌파를 제외한 우리사회의 모든 세력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력 대 세력이 맞붙고 있는 대선 정국에서 손 전 지사의 이런 구상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함께 할 세력도, 그들과 함께 갈 길도 현재로선 모호해 보인다.

손 전 지사가 끝내 새 정치 질서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지금 느끼는 어려움은 순간의 아픔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척박하고, 시간도 길지 않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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