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 정비팀에 긴급명령이 떨어졌다. 수명이 오래돼 더 이상 승객을 탑승 시킬 수 없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라는 특명이었다.
정비팀은 기령 15년 된 보잉747-400 기종을 선택해 좌석 오디오 비디오 산소마스크 등 승객 편의용 시설을 모두 제거했다. 이어 동체 옆 부분을 절개, 화물운반에 필요한 메인 카고 도어를 설치하고 무거운 화물기의 하중을 견디기 위한 구조물 보강작업을 거쳐 올해 1월 화물기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수리에 약 190일이 걸렸고, 비용은 250억원에 달했다. 신형 화물기 한대 가격이 1억5,000만 달러(1,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셈이다.
이처럼 항공기에도 '인생 이모작' 시대가 보편화 하고 있다. 이전에는 여객기가 노후해지면 제3국에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신형 항공기가 계속 공급되면서 여객기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화물수송 시장은 확대돼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화물기 개조하고 있는 것.
대한항공은 지난해 중국 샤먼에 위치한 보잉 항공기센터에 화물기 개조를 의뢰하면서 대규모 정비팀을 파견, 개조 기술을 배웠다. 이렇게 터득한 기술력으로 올해 처음으로 항공기 개조에 성공했고, 2009년까지 기령 15년 안팎의 여객기 8대를 화물기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항공기 개조 전문회사인 이스라엘 IAI사에 의뢰, 최근 보잉 747-400기종을 화물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나는 올해 추가로 2대를 화물기로 개조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물기 개조작업이 마무리 되면 운항횟수가 주 48회(14개국 25개 도시)에서 66회(16개국 28개 도시)로 크게 늘어난다"며 "수명을 다한 여객기를 리뉴얼하는 게 새 화물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어서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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